예술의 민낯은 권력이다 : 영화 <TAR 타르> 리뷰

진지
진지 인증된 계정 · 음악평론가
2023/03/05
예술이라는 포장지를 벗겨내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있다. 바로 ‘권력’이다. 
영화 <TAR 타르> 극중 케이트 블란쳇. 아래에서 위를 잡는 카메라 구도가 인상적이다. @TAR
나는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다. 뭐 대단한 꿈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음악이 너무 좋았고,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 자아라는 게 형성될 무렵 음악을 전공하기로 결심했고, 무작정 이 판에 뛰어들었다. 처음 마주한 장벽은 ‘나에게 음악을 가르쳐 줄 선생님’이었다. 주변에 음악가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환경에 있었던 나는 학원에 아무나 붙잡고 나를 제자로 받아달라고 부탁해야 할 판이었다. 나는 실제로 그렇게 ‘부탁’을 하였고, 다행히 그 ‘부탁’은 내가 타고난 한 줌의 알량한 재능을 보여줌으로 인해 성사되었다.

클래식을 들으면 심장이 뛰고 눈물이 차오르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벅차오름이 느껴져 음악가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계기가 얼마나 지나치게 순수하기만 했는지 알게 되는 건 몇 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어떤 클래스에서, 누구에게 사사받았고, 어느 학교에서 어떤 사람들과 학사를 마쳤으며, 또 이어지는 독일 유학이니, 미국 유학이니, 그 중에서도 최우등 성적을 거뒀느니, 어떤 악단에 소속되었고 어느 규모의 홀에서 연주회를 가졌느니 하는 것들로 – 소위 말해 ‘타이틀’이라는 것들로 사람을 철저하게 평가하는 사회였다. 앞서 말했듯, 지나치게 순수한 의도로 클래식을 시작했던 나는 나의 재능과 환경과 한계를 직감했고 재빨리 다른 세계로 핸들을 꺾었다.

졸업한 지 수 년이 지나자 끝끝내 그 길을 걸어가는 친구들의 한숨 섞인 소리들이 들려왔다. 어떤 오케스트라는 단원을 출신대학 순으로 앉힌다더라,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세계적인 작곡가에게 밉보여서 배척당할 위기에 처했다더라, 돈이 없어서 교수 임용이 불발되었다더라 하는. 급기야 가장 재능있었던 친구가 음악을 포기하네 마네 하는 이야기까지. 암울한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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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차-세대 음악평론가 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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