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책을낳고①> ‘건지’의 엘리자베스와 ‘저지’의 클로드
2023/10/15
‘건지(Guernsey)’는 영국해협에 있는 별로 크지 않은 섬 이름이다. 영국보다는 프랑스에 가깝지만 영국왕실령이라 정치 경제 문화적 분위기는 영국 쪽이다. 그것을 내가 어떻게 알게 됐느냐. 빅토르 위고 덕분이다. 위고의 소설을 읽다가 그가 『레미제라블』을 여기서 완성했고, 『웃는 남자』, 『바다의 일꾼』 같은 대작도 파리가 아닌 이 섬에서 썼다는 것을 알았다. 위고 때문에 인터넷으로 오랫동안 이 섬을 탐험하게 된 나는 내 책 『가보지 않은 여행기』에 탐험 결과-위고의 삶과 건지의 역사 및 풍광-를 제법 길게 담을 수 있었다.
도서관에서 『죽은 숙녀들의 사회』를 빌려왔다. 부제는 「유럽에서 만난 예술가들」. 제사 크리스핀이라는 미국 문학비평가가 쓴 것을 박다솜이 번역했다. 내가 내 책에서 만나지 않은 작가들에 대해 썼듯이 제사도 이미 세상을 떠나 만날 수 없는 예술가와 배우자의 삶을 추적해서 썼다. 차이라면 나는 책상에 앉아서 만난 듯 썼고, 1978년생 (나보다) 젊은 미국인 제사는 그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을 찾아간 성의는 보였다는 점이다. 어떻든 내 책과 비슷한 전개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목차를 펼쳤더니 마지막 장(章)인 9장의 제목이 「그녀들의 고독하고 위대한 저항-클로드 카엉, 저지 섬」이었다.
선 채로 9장을 두어 페이지 읽다가 집으로 가져왔다. 서서 눈길만 주고 말 책이 아니었다. 저지(Jersey)는 건지에서 약 60㎞ 떨어져 있다. 건지를 ‘탐험’할 때 잠깐 들렀던 이 섬도 건지처럼 영국왕실령이다. 하지만 사법과 행정 입법 체계는 서로 독자적이다. 역사적으로 두 섬의 사람들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경쟁 관계였다. 나폴레옹 3세의 탄압을 피해 프랑스를 떠나 망명길에 오른 빅토르 위고는 건지에서보다 프랑스가 더 잘 보이는 저지에 머물면서 작업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위고는 곧바로 망명지를 건지로 옮겨야 했다. 건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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