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속 문장 11 – 시간의 옷이 달라지는 일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09/02
인간에게 원칙적 시간성은 두 시간대 사이의 왕복이다. 잃은 것과 곧 올 것.
- 『심연들』, 파스칼 키냐르, 류재화 역, 문학과지성사, 2010.
출처-픽사베이
   파스칼 키냐르의 생각을 이렇게 변용한다. “시인, 작가에게 원칙적 시간성은 두 시간대 사이의 왕복이다. 상상되는 것과 상상되지 않는 것.”물론 시인과 작가에게만 ‘상상되는 것과 상상되지 않는 것’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모두에게 그것은 허용된다.

   ‘상상되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오로지 상상되지 않는 것으로만 생을 채우게 된다면, 우리는 지루한 생을 빨리 끝내기 위해 온갖 수단을 강구할지도 모른다. 상상이 없는 시간으로만 채워진 여정을 어떻게 견뎌내겠는가? 딱딱한 돌이 길게 이어져 발바닥에 고통만을 안기는 그 단하나의 느낌을 어떻게 견뎌내겠는가? 

   우리는 하루에도 수천 번 생의 자동차의 연료 주입구를 열고 ‘상상되는 것’을 한껏 채운 뒤에 시동을 걸고 나아가고, 질주하기도 한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이에게서 4차원이라는, ...
천세진
천세진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119
팔로워 348
팔로잉 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