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베다니로 가는 길(2) - 이 땅은 원수들에게 넘겨졌네!]

안순우
안순우 · 시와 소설을 사랑합니다.
2024/04/26


<2> 
하현달이 뜨기 전이라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두 물체가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동리에서 멀리 떨어진 산비탈 과수원을 향해서 걸어가고 있다. 혹여나 자신들의 뒤를 누가 밟을세라 잠시 멈춰서서 동태를 살피기를 반복하고 있다. 서산에 해가 떨어지면 3월도 여전히 겨울 날씨인지라 손이 시리고 발이 아려온다. 이윽고 과수원 초막 부근에 당도했다. 발밑을 더듬어 작은 돌멩이를 하나 주워서 초막을 향해서 던졌다. “탁”하고 돌멩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 후 검은 물체가 초막에서 나온다.  

“이 집사! 많이 기다렸지? 황군은 안에 있고?”
“목사님! 밤길에 먼 데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국성 형제는 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서 들어가시지요! 저는 밖에서 망을 보겠습니다.”
두 사람은 초막 안으로 들어가고 한 사람은 밖에서 동태를 살핀다. 초막 안에는 땅을 파서 만든 창고가 있다. 평소는 농기계나 비료 등 자재들을 보관하고 가을에는 과일을 수확해서 그곳에 저장했다. 손전등을 켜자 지하로 내려가는 사다리가 보였다. 두 사람이 조심스럽게 내려가자 촛불 앞에서 누군가 황급히 일어났다. 김목사를 와락 끌어안으며 오열한다.

“목사님! 으흐흑!” 
“황군인가? 무사히 왔구먼!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네!” 
“크크흑! 이만석 그 배은망덕한 놈! 
가롯 유다같은 놈! 내 손으로 기어코....
부모 없는 놈을 거두어주고 믿어줬더니...“ 
황국성은 주먹으로 기둥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시뻘건 두 눈에는 맹렬한 분노의 불꽃이 튀었다. 살기에 곁에 있던 두 사람도 몸서리쳤다. 김용규 목사가 입을 열었다. 

“이보게! 황군! 38선 이북은 세상이 뒤집혔네! 왜정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다네! 사람 목숨이 벌레보다 못한 세상이야! 왜놈들도 그러지 않았지! 같은 동족에게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나? 장례식은 우리에게 맡기고 어서 다시 남으로 떠나게! 인민위원회에서 자네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이미 들었을지도 몰라! 혹시 다른 마음을 먹지 말고 어서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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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불멸성과 불가해성을 고민합니다. 가장 존귀하지만 또 가장 부패한 인간 연구에 천착하여 틈틈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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