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가 사랑인 구체적 이유 ㅡ 사랑의 궤도 위에 있으려면

오아영
오아영 인증된 계정 · 갤러리 대표, 전시기획자, 예술감상자
2023/02/21
=사랑의 궤도 위에 있으려면

생택쥐페리가 그린 어린왕자

(1)

내가 정말로 사랑했던 한 애인의 말버릇은 “미안해” 였다. 그는 제 아름다운 얼굴에 슬픈 표정을 만들어 내게 거의 매일같이 사과의 말을 꺼내곤 했다. 한참 커다랬던 그 남자는 간혹은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며 작은 내 앞에서 꼬마처럼 울어버리기도 했다.

그가 발화한 미안해 는 주로 나의 어떤 어렵거나 힘든 혹은 아픈 상황들 앞에서였다. 당연히 제 잘못이나 책임이 아니었다. 내 일상 내지는 내 필요를 중심으로 움직여주었던(이상하게 30대 들어 내가 만난 애인들은 대개 시간부자들이었다) 그의 미안해 에 생략되어 있는 말은 “내가 너에게서 아픔을 더 덜어주지 못해서” “네가 겪는 슬픔을 대신 내가 대신 겪어주지 못해서” “내가 너의 힘든 상황을 더 잘 해결해주지 못해서” ”내가 너를 더 웃게해주지 못해서” “너를 행복하게 해달라는 내 기도가 더 닿지 못해서” ”내가 너를 더 섬세하게 배려해주지 못해서” “더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서” 였으니까

친구사이에서 “나는 널 아주 많이 사랑해.” 를 뜬금없이 토해내어버린 최초의 그를 붙들고서 나는 이런말을 했었다. “나를 아껴주어서 고마워. 혹 나에게 바라는 것이 있어? 너는 내게 참 소중한 친구거든. 네가 상처입는 일이 싫어. 혹 의도와 상관없더라도 너에게 잘못된 사인을 주어서 고통받게 하고싶지 않아. 나는 마음을 다해 잘 들을거고 진실을 담아 대답할거야. 원하는 걸 말해줘. 지금의 내가 너에게 뭘 줄 수 있는지 뭘 줄 수 없는지를 정확히 알려줄게.
“마음쓰게 해서 미안해. 내가 나만 생각했네. 아무런 욕심 안 내. 네가 행복하길 바라고 그런 너를 보는 일이 행복할 뿐이야. 이 마음을 혼자만 갖고 있기엔 너무 커져서 참을 수가 없어 말한거야. 미안해. 이런 내가 불편하거나 싫다면 알려줘. 그렇다면 난 정말 힘들겠지만 네 곁을 가뿐히 떠날거야.“
역시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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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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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아름다움. 이 둘만이 중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삶의 이유이자 내용이자 목적이다. 실은 이들이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을 살게 만드는 절대적인 두가지라 믿는다. 인간은 제 영혼 한 켠에 고귀한 자리를 품고 있는 존엄한 존재라고 또한 믿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보이지 않는 자리들을 손에 만져지도록 구체적으로 탁월하게 설명해내는 일로 내 남은 삶은 살아질 예정이다. 부디 나의 이 삶이 어떤 경로로든 나와 마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살아있게 만들 수 있다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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