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표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소소하고 파란만장한 성장담... 손보미, 《사랑의 꿈》

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6/19
「밤이 지나면」
 “나는 아주머니들의 말을 엿들으며 그녀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었는데, 그녀가 이혼을 했고 자식이 죽었는데, 그녀가 죽인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대체 어떻게?―이었다. 그리고 동네 남자들을 ‘꼬시려 든다’는 것. 외숙모는 욕설을 내뱉은 후에는 내게 그 말을 들었냐고 되묻곤 했지만, 그런 말―꼬신다든가 바람을 피운다든가―을 할 때에는 별로 거리끼는 기색이 없었다. 내가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할 거라고―잘못―판단했기 때문이었다...” (p.27) 줄표의 안과 밖을 오가며, 주고 받는 티티카카가 만들어내는 소소한 긴장감이 재미있다. 작가의 다른 소설들에서도 종종 발견되는 특징이다. 여하튼 엄마와 열다섯 살의 나이차가 나는 외삼촌 댁에서 외숙모의 보살핌(?)에서 살게 된, 한동안 말을 잃은, 내가 겪는 납치 사건의 주인공이 바로 저 문장 속의 ‘그녀’이다. 나와 외숙모, 나와 영예은 사이의 긴장감은 그녀와 동네 사람들 사이의 긴장감과 비슷한 결이었을까. 어쩌면 납치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두 사람의 도망은 그러한 동병상련에서 나온 것 아니었을까.
 「불장난」
 “...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반 아이들은 어리둥절해하며 내 얼굴과 선생님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세상의 비밀 하나를 알게 되었다고 느꼈다. 누구도 가닿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도달했다고. 그 세계는 터무니없으면서 치명적이고 느긋하면서도 통렬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내 마음속에 꼭꼭 새겨 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그런 생각은 시간이 흐른 후에 착각, 기만, 허상에 불과하다는 판명이 날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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