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카메라, 세상을 바꾸다 - 김동원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6/27
김동원 감독. 이미지 출처-주간경향
한국 독립영화계의 거장, 김동원(金東元, 1955 ~ )
   
현장에서 부대끼며 만든 다큐멘터리
   
‘거장’과 ‘꼰대’는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거장’이 ‘꼰대’가 아니긴 쉽지 않고, 모든 ‘꼰대’가 ‘거장’일리도 만무하다. 흔히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뤄 거장으로 불리는 사람들 중에는 후배나 제자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이의 솜씨가 마뜩잖거나 어떤 일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답답함을 느끼게 마련이다. 

자신이 가진 능력이 출중한 것인데도, 다른 이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범인(凡人)이라면 부족한 재능을 보충하려고 더 애를 써야 하는데 장인이 보기엔 그 노력 또한 대수롭지 않은 수준이다. “라떼 이즈 호스(나 때는 말이야)”나 “해보지도 않고”같은 어른들의 ‘레토릭’은 어쩌면 이미 자신이 어느 정도 이루었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성급한 자족감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계의 거장 김동원(金東元, 1955~ ) 감독은 잘 안 되는 어떤 일에 대해 “해봤어?”라고 되묻는 사람이 아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느끼는 고충과 촬영-편집할 때 벌어질 수밖에 없는 좌충우돌을 마음 속 깊이 이해하는 ‘현장의 사람’이다. 어느 다큐멘터리 영화가 그렇지 않겠냐마는 김동원은 자신이 직접 그 환경 속으로 들어가 그곳의 사람들과 함께 먹고 자며, 말 그대로 현장에서 부대끼며 경험한 사실만을 카메라에 담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상계동 올림픽>(1988)은 제24회 서울올림픽 개최의 자랑과 보람 뒤에 감춰진 ‘도시 빈민’들의 고통과 상처를 날 것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아직까지 한국 다큐멘터리 역사상 손꼽히는 수작으로 알려져 있다. <송환>(2004)은 다큐멘터리의 사회적 가능성을 넘어 한국 독립영화 열풍을 불러일으킨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한국 사회에서 금기로 여겨왔던 ‘비전향 장기수’들의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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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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