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캐리비안의 해적> : 주인공의 불완전한 도덕성에 대하여

2023/06/27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보았다. 아주 유명한 작품이지만 제대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억에 남는 건 단연 잭이라는 인물이다. 어떻게 이런 인물을 탄생시켰을까? 종잡을 수 없고, 그렇기에 매력적이다. 팔을 휘두르는 특이한 몸짓하며, 말할 때 얼굴과 몸을 자유롭게 흔드는 모양새까지, 작가와 조니 뎁의 합작으로 완성된 잭이라는 인물은 세상에 유일무이하다.

위기 상황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헤쳐나가는 창의적인 지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끔가다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여주는 귀여움이 있다. 쉽게 배신하고 자기 안위만을 중요시 여기면서 해적의 피가 골수까지 흐르는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외면하지 않는 의리도 보여준다.

이 양면성이 있기에 우리가 잭이라는 인물에 완전히 사로잡힌 게 아닐까. 나는 보통 영화 속 인물이 의리 없이 배신하거나, 보통의 도덕적 관념에 반하는 행동을 했을 때 불편을 느꼈다. 이 가상의 이야기 속에서만큼은 완전무결한 인간상을 바랐던 것 같다.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완벽한. 하지만 이것은 환상이었다. 가상이라지만 현실이 반영된 곳에서,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세상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서 무조건적으로 이타적이고 완전한 선을 추구하는 인물을 바랄 수는 없었다. 

드라마에서도 그랬다. 지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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