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DC의 거울치료는 성공했을까

고요한 · 책 파는 영화애호가
2023/06/21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곱해서 ‘24’가 되는 식의 수를 구하라는 문제를 풀고 있는 어린 시절의 배리 앨런/플래시(애즈라 밀러). 배리는 24가 되는 식이 너무 많아서 어떤 게 답인지 모르겠다고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는 배리에게 ‘모든 것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며 파스타를 만들러 간다. 어린 배리와 엄마의 추억을 담은 짧은 플래시백에는 <플래시>를 관통하는 주제가 숨어있다.

2013년 <맨 오브 스틸>로 시작한 그간 DC 확장 유니버스(이하 DCEU)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것 같았다. <배트맨VS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처럼 답은 맞았지만 풀이가 틀려 실망을 안겨준 상황, <저스티스 리그>처럼 답도 틀리고 풀이도 틀려서 결국 다시 풀어야 했던 경우, <수어사이드 스쿼드>처럼 왜 나와야 했는지 모르게 출제 자체가 잘못되어 웃음거리로 전락한 일까지. DCEU의 오답 행진은 그 방법도 종류도 다양했다.

같은 기간 동안 최전성기를 누린 마블과 달리, 10년간 이어진 DCEU의 부진은 DC라는 브랜드 가치까지 나락으로 떨궜다.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으로 시작된 슈퍼 히어로의 종가라는 자존심,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으로 슈퍼 히어로의 가치를 다시 재확인시킨 저력,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시리즈로 증명한 슈퍼히어로 영화의 작품성까지 모조리 퇴색시킬 뻔한 외통수를 ‘정답이 없는 문제도 있다’고 인정하는 초강수로 돌파한 것이다.


플래시를 통한 DC의 거울 치료

과감한 결단을 내린 DCEU는 배리의 개인 서사로 접근한 <플래시>로 세계관의 리부트를 시도한다. 저스티스 리그의 일원으로 당당히 제몫을 하는 배리지만 부모님을 잃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크로노볼에서 스피드포스를 이용해 과거로 돌아가는 방법을 우연히 깨달은 배리는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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