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 : 바비(2023)

김터울
김터울 · 연구자, 활동가, 게이/퀴어.
2023/07/21
젠더 위계 미러링의 부조리극과, 여성주의를 둘러싼 모녀의 각기 다른 세대 간 감각의 차이가 극의 두 중심축인데, 그 둘이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있는가 하면 삐걱대는 부분도 적지는 않다. 전자의 경우 넷플릭스가 만들었다면 여기서 분명 더 나갔을 것으로 예상되는 포인트들이 여럿 있는데, 한편으로 슈퍼맨 원더우먼 찍어내던 워너에서 이정도의 골계를 수용한 것이 새삼 대단한 측면도 없는 것은 아니다. 굉장히 무거운 얘기를 귀염뽀짝 핑크핑크한 화면으로 담아내는데, 그런 안팎의 모순을 바비인형의 핵심으로 놓고 극을 우직하게 끌고 나간 점은 분명 이 영화의 미덕이다.

여성이 (물론 특정 체형과 미감을 기반으로)무엇이든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이 저항이고 위안이던 시절이 있었고, 세월이 흘러 그게 여성 개인에게 압제로 가닿는, 지금 세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구림을 자각하는 '바비인형' 이미지로의 이행을 그리는 부분은 여러 모로 흥미롭다. 상품으로서 바비인형의 천 가지 다양성과, 인생의 전방위적인 과제를 다 짊어져야 했던 어머니 세대의 여성을 교묘하게 겹쳐놓은 건 꽤 영리한 선택이다. 물론 그게 다소 설교스러운 지점은 있는데, 실제로 그 부분을 다룬 시퀀스에서 뒷좌석의 어떤 중년 여성이 펑펑 우는 걸 듣고 있으니 그래도 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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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건을 묻다』(숨쉬는책공장,2015), 『세상과 은둔 사이』(오월의봄,2021), 『불처벌』(휴머니스트,2022,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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