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독신] 변증, 호교, 변명: <삼체>와 C. S. 루이스

darmacoma
darmacoma · 목사. 작가. 아빠.
2024/04/11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삼체 3 BODY PROBLEM>(2024)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 3 BODY PROBLEM>(시즌 1)의 7화에는 C. S. 루이스(C.S. Lewis)(1898-1963)를 빌미 삼은 대화 장면이 나온다.
“아냐, 그건 킹즈 암즈였어.”
“아니지, 이글 앤 차일드(펍)이었다고.”
“그건 말이지, 그때가….”
“야, 너는 블론드 크리스천 여자애하고 얘기하고 있었어. 그 애가 너한테 겁나 비크리스천다운 일을 하려 했잖아. C. S. 루이스가 엿같은 작가라는 네 말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야.”
“그래, 그래서 그 애는 루이스가 톨킨하고 술 마셨던 공간에서 그러는 게 불경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지.”
“그래, 그랬지.”
“고맙군.”
“이글 앤 차일드가 맞네. 루이스는 엿같은 작가였고.”
한 위대한 작가에게 붙인 ‘엿같은 작가(shitty writer)’라는 칭호는 SF 드라마 작가가 쓸 만한 묘한 조크이다. 그러나 이 조크가 실없는 것만은 아니다. 문학인 C. S. 루이스의 이름에 따르는 ‘20세기 최고의 그리스도교 변증가’라는 타이틀은 누구에게나 당연히 의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인격신을 믿지 않는 과학자 캐릭터들은 C. S. 루이스가 전하려 한 그리스도교의 신을 믿을 이유가 없다. 다만 루이스에 동반하는 칭호와 그가 남긴 영문학사에 있어서의 유산을 부정하고 무례할 필요까지는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엿같다’는 표현은 농담반 진담반이다. 
C. S. 루이스는 그의 그리스도교 변증서의 대표작이라 할만한 『순전한 기독교 The Mere Christianity』(1955)에서 ‘우주와 신’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꽤 심각하고 스케일이 큰 논의이다.) <삼체>에서 우주를 지배하는 외계인은 일종의 전지성(omniscience)의 능력을 갖춘 신적 존재로서 인류의 존속을 위협한다. 설정상 극중 캐릭터들에게 인류의 적인 외계인의 이미지와 C.S. 루이스가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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