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청실홍실 (14.마지막회)

훼드라 · 작가,정치평론가
2024/05/17


 여자친구가 없었냐니. 선자리에서 초면의 남자에게 이런식으로 물어보는 경우도 있나. 광일은 순간 황당해졌다. 물론 굳이 따지고보면 광일의 아버지 경환도 60년대 후반 선자리에 처음 나갔을 때 상대 여성인 안명숙이란 여자가 그런식으로 물어봤다지만 그건 아직 연애결혼이 지금처럼 보편적이지 않았던 시대에 상대여성이 혹시 그런쪽으로 문제를 일으키진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물어본것이고 지금은 엄연히 시대나 사회분위기가 다르지 않는가. 어쨌든 광일이 황당하고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맞선 상대여성 조아영을 바라보는 가운데 아영은 일단 거침없이 내뱉고 있었다. 
 “ 실은 궁금했어요. 도대체 얼마나 변변치 못한 남자면 여태까지 제대로 된 연애경 
  험도 없이 굳이 저같은 여자한테 선이나 보러 나올까 하고... ” 
 아무리 봐도 초면의 남자에게 예의상 할 수 있는 말이 분명 아닌 것 같은데 아영도 뒤늦게나마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것일까. 바로 황급히 사과한다. 
 “ 어머...죄송해요. 제가 그만 실수를...저도 모르게 그냥 말을 함부로 하고 말았어요 
  . ” 
 “ 아...아니 뭐 괜찮습니다. ” 
 인생을 어느정도 살아보면 알겠지만 상대가 ‘괜찮다’고 대답하는 경우치고 진짜로 괜찮은 경우는 거의 없다. 허나 광일의 경우에는 꼭 그런 심리상태라기 보단 애초에 내키지 않았던 선자리인데 어쩔수없이 나온 모양새가 아니던가. 그래서 솔직히 아직도 이렇게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 정히 상대가 마음에 안들면 그쯤에서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그 정도 생각을 하는중이다. 다시말하면 ‘당신이 뭐라고 하든 난 개의치 않겠다’는 대충 이 정도의 심리라고나 할까. 허나 상대여성인 아영은 자신의 실수가 크다고 생각했는지 거듭 정중히 사과하며 해명의 말까지 입에 담고 있다. 
 “ 죄송해요 실은...제가 원래 이래요...워낙 말주변도 적고 실수도 잦아서... ” 
 사실 말주변 없기론 가인이나 그 아들 광일도 꽤나 유명한편 아닌가. 얼마나 말을 할줄 모르면 초면의 남자에게 이렇게 생각없이 내뱉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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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 서울 출생 91년 한영 고등학교 졸업 94-97년 방송작가 교육원 및 월간문학,현대문학,한길문학 문예대학 수강 및 수료 04-07년 전 뉴라이트 닷컴 고정논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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