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강의를 들어볼까?

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3/02/09
잠의 노래에 취하던 중,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시간은 11시 30분, 평소보다 이르지만 피곤함에 져버려 일찍 잠에 든 날이었습니다.

"쌤, 글 한 편만 봐주시면 안 돼요?"

"낼 아침 출근이라서 자던 중이야.........퇴근한담 봐줄게."

퇴근을 한 뒤에 학생이 보내준 글을 읽어보다 감탄사가 몇 번 새어나옵니다. 책 한 권을 읽고 비평문을 쓰는 과제인데, 이전에 개요를 짤 때, 몇 가지 제안을 해 주었던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보내주었던 개요보다 틀이 잘 잡혀있고, 공부를 많이 한 듯 작품 분석도 제법 날카로웠습니다.

10장 정도 분량의 글을 읽어본 뒤에 PDF파일로 바꿔 태블릿으로 필기를 시작합니다. 글은 전반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향해 통일성 있게 구성되어 있어, 언제 이렇게 글실력이 늘어난 건지 기특한 마음이 먼저 몰려옵니다. 처음 만났을 땐, 말썽꾸러기 어린애였는데. 시간의 흐름이란 유독 아이들에게 더 크게 작용되는 것 같습니다. 이전의 모습을 떠올리며 혼자 웃음짓다, 다시 글을 전체적으로 여러번 훑어봅니다.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들도 짚어낸 녀석의 글에서 '청출어람'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처음 이 학생을 가르쳤을 땐, 그저 논술 학습지를 같이 풀어주는 수업만 진행했었습니다. 짧은 글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써 보는 학습지였는데, 그때 어찌나 글을 쓰기를 싫어하던지. 혼도 내고 달래기도 하며 글을 쓰게 하다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학생입니다. 그러다 다시 학생의 어머니와 연락이 닿으면서, 종종 글쓰기 지도를 해주는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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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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