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아줌마’와 '코코' -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표상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2/10
1970년대 '야쿠르트 아줌마'를 모집하는 광고 사진
1.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표상
   
야쿠르트 배달원은 택배 기사와 더불어 현대인이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물류 운송 서비스직 종사자이다. 한국 사회에서 수십 년간 동네의 골목과 아파트촌을 누비며 유산균 음료를 배달해온 소위 ‘야쿠르트 아줌마’라 불리는 존재들은 익숙함과 친근함의 표상으로 대중문화 콘텐츠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와 소설을 비롯한 문학 작품이나 영화, 드라마와 같은 재현물에서 ‘야쿠르트 아줌마’는 꿋꿋하게 생활을 영위하는 ‘하층계급 여성 노동자’라는 전형성을 갖춘 캐릭터로 소환됐다. 

'야쿠르트 아줌마'에 대한 전형적인 동시에 전통적인 표상이란 가령 이런 것들이었다.

1970~80년대 한국영화 혹은 드라마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가 학교에서 싸움을 하거나 사고를 쳐 부모를 소환당했을 때, 노란 유니폼을 입고 찾아오는 어머니가 등장한다. 어머니는 선생님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며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  아이는 선생에게 그렇게 빌고 있는 엄마가 밉고 어쩐지 안쓰럽다. 자기와 싸움을 벌인 부자 아이는 내버려 두고 자기만 나무라고 다그치는 선생이 야속하기만 하다.

한편 '야쿠르트 아줌마'인 자신의 엄마를 친구들에게 들킨게 아이는 내내 부끄럽고 속상하다. 아이는 어느날 친구들과 함께 가다 길에서 마주쳐도 엄마를 모른채 하고 지나친 적도 있었다. 그날 이후 친구들 사이에서 아이의 별명은 '야쿠르트'가 됐다. 엄마는 야쿠르트를 배달해 우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실질적 가장이었다. 사람들은 새벽부터 씩식하게 리어카를 끌며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엄마를 늘 '야쿠르트 아줌마'라 불렀다.

이처럼  '야쿠르트 아줌마'는 하층계급 여성의 노동과 가난을 상징하는 표상이었다. 물론 오랫동안 우리 주변을 구성하는 일상적인 존재로 친근하게 다뤄지는 경우도 많았다.    

#1 친근하고 다정한 이웃, 일상적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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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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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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