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화 감독의 선물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2/12/25
현정화 감독의 선물
.
‘상상을 초월하는 현실’이란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죠.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마주하게 된경우는 상상 외로 흔합니다. 별의 별 일을 찾아 다니는 게 월급 받는 댓가였던 시절에는 더 그랬죠. 하 뭐 이런 놈들이 다 있지, 야 이 사람 어떡하지, 아 이걸 어떻게 해결하지 하는 고민으로 날을 지새고 머리를 싸맨 일이 수도 없었습니다.
.
그 중에는 지방 어느 소도시에 살던 열 한 살짜리 꼬마 폭군도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그는 온 집안의 골칫거리였습니다. 열 한 살짜리가 폭력성이 있어 봐야 어느 정도일까 싶은데 한 번 분노 발작이 일어나면 단칸방은 쑥대밭이 됐고 아버지에게 흉기를 들이대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평소에는 곧잘 대화도 나누고 놀러도 다니는 평범한 아이였지만 헐크로 변하는 데이빗 의사처럼 ‘눈이 돌아가면’ 괴물이 됐습니다.
.
<긴급출동 SOS 24> 중 한 장면

학교도 제대로 나가지 않는 상황에서 그 집 환경은 아이에게 위험하기만 했습니다. 어떻게든 분리시켜 일단 상태 진단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죠. 마침내 녀석의 치료와 안정을 위해 병원으로 입원시키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
입원 며칠 후 어떻게 지내는가 물어보니 의외로 아주 잘 지내고 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병원에 탁구대가 있는데 입원 환자 중 탁구를 웬만큼 친다는 사람들을 죄다 꺾으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탁구에 특별한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치료 과정에서도 탁구가 도움이 될 것 같군요.”
.
탁구공 섞어 본 느낌으로 무슨 탁구 신동 그런 건 아니었지만 워낙 탁구에 매달리다 보니 실력도 꽤 붙은 것 같았습니다. 이런 저런 솔루션과 지원 방법을 알아보는 회의 가운데 작가가 엉뚱한 소리를 해 왔습니다. “현정화 감독님 섭외해 볼까요?”
.
ⓒ 시사매거진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아니 연예인들이나 착하고 순한 아이들 나오는 휴먼 다큐도 아니고 ...
김형민
김형민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273
팔로워 3.4K
팔로잉 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