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책을 한 시간 이상 읽을 수 없는 당신, 무엇이 문제일까?

교실밖
교실밖 · 읽고 쓰고 걷는 사람
2024/03/22
요즘 글을 읽으면서 적잖이 놀랄 때가 있다. 무엇인가를 끈기 있게 읽는 것이 무척 힘들어졌다는 점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책을 읽을 때조차도 내용보다 '읽는 시간'을 유지하는 데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렇게 된 것에는 지난 3년간 내 업무 방식의 급속한 변화가 있다. 우선 언제 어디서든 유선 대기 상태여야 했다. 한시라도 휴대폰을 멀리 할 수 없는 업무 환경이었다는 말이다.

그것이 직장이든, 집이든, 심지어 달리는 고속열차의 객실 안에서도 휴대 단말기를 통해 전해오는 메시지를 빠르게 읽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처지였다. 이것을 빠르게 검토하여 의견을 전달하지 않을 경우란 업무가 내 위치에서 진행을 멈추었다는 것을 뜻한다. 규정상 나의 검토가 끝나야 그 일이 진행되고, 사람이 움직이고, 예산이 붙는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나에게 업무가 정체되고 있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신속하게 읽고, 빠른 피드백을 주는 것이 필수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휴대폰으로 들어오는 그날의 교육뉴스를 읽어야 했고, 소식의 양이 너무 많아 핵심만 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도 말해두겠다. 시간은 제한돼 있고 읽고 파악해야 할 정보의 양이 많을 때 내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바로 현안이 되는 사항을 키워드 중심으로 대충 '훑어 읽기'다. 같은 교육기사라 할지라도, 그것의 중요도와는 상관없이 내 업무와 관련이 있는가를 먼저 따지고, 빠르게 대응 방안을 마련하거나 마련하도록 지시하는 일이 더 중요했다.

이렇게 몇 년을 생활하다 보니 확연히 느꼈다. 내 안의 '읽기 세포'가 퇴화하고 있다는 것을. 책상 위에 채 읽지 못한 책이 쌓여 갔고, 한 달에 한 권 남짓한 독서량을 두고도 주변에서는 '책을 읽을 정도로 한가하신가?'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절대 시간이 줄어들고, 짬짬이 읽다 보면 책 속 내용도 다 부서져 연결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책을 읽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업무 탓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업무 이야기를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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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고민한다. 몇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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