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시집살이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9/20
- 배추에 약 쳤어?

또 형님 전화다. 밀려오는 짜증을 애써 감추고

- 약은 쳤어요. 근데 치고 10분도 안 돼 비가 그렇게 쏟아졌으니 말짱 헛수고지요 뭐. 날 개이면 또 쳐야지요.

텃밭에 심어 논 배추 모종 한 판은 형님이 사 주신거다. 모종을 사 줄테니 키워서  수확 할 때 나누자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형님의 간섭이 시작되었다. 모종은 다 심었냐. 물은 주고 있냐. 비료 줄 때가 됐는데 비료 줘야지. 비 온다니 비 오기 전에 줘라.
그리고 배추잎이 손바닥만하게 자라자, 벌레 먹었을텐데 약을 쳐라. 하고 전화를 하신거다. 심지어, 배추밭에 잡초 뽑으러 갈테니 나를 데리러 와라. 하고 전화하신 적도 있었다. 다행히 풀이 별로 안 올라 왔을 때라 풀은 없어요. 하고 말았지만 그 소릴 들은 남편은, 그까짓 풀 좀 뽑겠다고 나더러 모시고 오고 모셔다 주고 그러란 말이야?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인가. 하고 어이없어 했다.

우리가 농사에 너무 서툴고 어설프니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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