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관계는 특별하다.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기도 하는, 세상에 하나 뿐인 관계이니까. 하지만 아무리 특별해도, 모든 관계에는 예외 없이 적당한 거리와 깊이가 필요한 법이다. 이번 글에서는 연인 사이에서 너무 깊은 관계를 추구하다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30대 초반의 A는 연인과의 이별과 직장 내 스트레스가 겹치던 중 발생한 공황장애로 진료실을 찾아왔다. 약물 치료와 짧은 상담을 통해 단기간에 호전된 그는,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순간에 더 깊이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원했다. 직장, 부모님, 그리고 여러가지 일상과 과거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던 그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지난 연애에 대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다 아물지 않은 상처를 금세 건드리기는 힘들었나 보다. 그의 연애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동네 친구들과 호프 집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내 귀에 익숙하고 흔한, 말 그대로 평범한 연애사였다.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다른 주제로 넘어갈까?’ 생각이 들면서도, 그냥 넘어가긴 아무래도 찜찜했다. 공황장애가 이별의 시기에 발생한 점, 연애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점이 특히 마음에 걸렸다. 그의 심리에 연애가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보여주는 증거라 느껴졌기 때문이다. 

“A씨가 생각하기에 과거의 연애에서 반복되는 특정 패턴이 있을까요?”
 “음.. 전 매번 연애 할 때마다 기존 친구와의 관계들에 급격하게 소홀해져요.”

‘그게 문제인가? 어느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기계적으로 던진 ‘왜 일까요?’라는 질문에 꽤 의미심장해 보이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 누군가가 온전히 저만을 좋아 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