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과 상상] <로보캅> 정물로 전락하다
2024/04/26
유능한 경찰이었던 알렉스 머피(조엘 킨나만)가 범인 검거 중 거의 회복이 불가능한 부상을 입고 로보캅이 되는 과정은 두 영화 모두 별반 차이가 없다. 날로 범죄가 증가하는 디트로이트의 범죄율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경찰력이 필요한데 로봇 테크놀로지를 보유한 기업의 이해와 맞아 떨어져 로보캅이 탄생하는 것이다.
근데 폴 버호벤 버전과 다르게 호세 파딜라 감독은 그 과정에서 로보캅을 잘근잘근 해체하는 수준으로 머피의 몸이 어떻게 로봇 수트와 연결되었는지를 충격적으로 제시한다.
인간인가, 기계인가?
그의 대표적인 작품 <벨라스케스가 그린 교황 인노켄티우스 10세 초상의 습작>(1953)나 삼단 제단화인 <십자가책형>(1965)에서 보듯 프랜시스 베이컨은 기괴하게 표정이 일그러진 인물이 비명을 지르는 광경이나 가축의 몸처럼 도축 당한 듯 훼손된 인간의 육체를 그림의 소재로 삼았다. 그림이지만 그것이 주는 인상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사람들은 프랜시스 베이컨을 일러 ‘공포의 화가’라고 명명했을 정도다. 머피의 육체와 로보캅 수트를 분리하는 장면에서 관객이 느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