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이겨내는 방법과 연출에 대하여
2023/03/03
흥미로운 이야기의 본질에는 갈등이 있고 갈등에는 스트레스와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니 드라마나 영화에는 등장인물이 고통을 견디고 삭이는 방법이 자주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방법 중에서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그만 나오면 좋겠다 싶은 게 있다. 바로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것이다.
사람이 괴로우면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는 건 뭐 어쩔 수 없이 당연한 일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그 생각이 어느 정도는 맞기도 하지만, 나는 이 연출과 생각이 양의 되먹임 관계에 있지 않나 싶다. 술담배로 고통을 이겨내는 연출이 자꾸 나오니 사람들도 힘들면 술담배를 찾게 되고, 사람들이 고통=술담배라는 인식을 가지니까 그런 연출이 쉽게 쓰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국민의 평균적인 건강 측면에서 보든 창작물의 다양성 측면에서 보든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다.
예전에 ‘윤희에게’라는 평 좋은 영화를 봤을 때도 약간 실망한 부분이 담배가 너무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지는 세상으로 보였던 점이다. 의도와 다르게 속을 후비는 말을 해대는 사춘기 딸을 혼자 키우면서 세상살이에 이래저래 시달리는 역할의 김희애 배우가 집에 들어가기 전에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확실히 기막힌 그림이었지만, 나는 감탄하면서도 표현이 다른 방식이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어떤 행위로도 처절한 고통과 한을 표현할 수 있을 배우인데 가장 평범한 방식을 쓰게 된 것 같아 아쉬웠다. 작품 전체로 보면 담배라는 소재가 딱 그 정도로만 쓰인 것도 아니고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다른 사정도 많았겠지만, 아무래도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슬픔을 백만 가지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에게 그냥 슬프게 울어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보는 기분이랄까…….
마찬가지로 예전에 외국인들이 한국 드...
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저도 얼마 전에 드라마의 잦은 음주 장면에 대해 비판의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무조건 소주를 마시는 걸로 상황 설명을 하는 건 작가의 안일한 창작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이나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서라도 고민해 줬으면 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얼마 전에 드라마의 잦은 음주 장면에 대해 비판의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무조건 소주를 마시는 걸로 상황 설명을 하는 건 작가의 안일한 창작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이나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서라도 고민해 줬으면 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