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의 계보 ① : 두루마리 그림(絵巻物)

박인하
박인하 인증된 계정 · 만화평론가, 만화연구자
2024/01/10
만화는 근대매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지 언어를 다루는 전통이 이어져 만화에 들어온다. 그런 의미에서 만화의 계보를 따질 때 늘 첫 머리에 '이야기를 담은 이미지'를 소개한다. 망가의 계보도 마찬가지다. 일본에 종이나 비단에 가로로 길게 그림을 이어 그린 '두루마리 그림(絵巻物)'이라는 형식이 존재한다. 두루마리 안에 그림과 글, 그림과 글을 연속적으로 배치해 이야기를 진행하기도 한다. 심지어 작화도 어느 경우에는 간략하고, 어느 경우에는 과장되어있다. 그러니 두루마리 그림을 '만화'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두루마리 그림의 전단계로 평가받는 작품은 <그림인과경(絵因果経,えいんがきょう)>이다. 종이로 되어있고, 세로 26.4cm, 가로 115.9cm인다. 두루마리로 말아 보관하는 형태는 아니고, 접어 책자로 보관했다. 여러 판본이 있는데, 제일 오래된 판본이 8세기 경 나라시대 판본으로 나라국립박물관에 보관되어있다.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보기)
<그림인과경>(나라국립박물관 소장) 출처 : wiki
<과거현재인과경(過去現在因果経)>은 석가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전하는 자서전이다. 경전은 중국에서 건너왔고, 그림은 일본에서 더했다. 전체 지면을 상하로 나누어 위쪽에서 그림이 진행되고, 아래쪽에서 경전이 진행된다. 그림은 글을 시각적으로 설명한다. 불교경전을 그림을 이용해 설명하는 출판물은 당시 동아시아에서 낯선 건 아니었다. <과거현재인과경>은 나라 시대 이후에도 계속 제작된 인기 작품이었다. 1254년 가마쿠라 시대에 제작된 <그림과거현재인과경(絵過去現在因果経)>을 보면 제작시기는 약 500년 정도 차이가 나지만 구성에는 큰 차이가 없다. 종이에 채색으로 되어있고, 세로 27.4cm, 가로 1147.5cm로 나라판과 유사하다. 그림의 완성도가 높아졌고, 선이 더욱 섬세하며, 경전 부분에 읽기 편하게 줄이 쳐져있어 시각적으로 안정감이 높다. 하지만 그림은 나라국립박물관 소장...
박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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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한국만화, 일본만화, 웹툰, 그래픽노블 등)를 좋아합니다. 보고, 연구하고, 글을 씁니다. 2020년부터 서울웹툰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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