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의 시간

재재나무
재재나무 ·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3/05/10
먼지의 시간
/박영선

그만두어야지
한여름 잡초처럼 자라는 생각 따위
눈 감으면 그리운 것들은
죄가 될 수도 있지
심장에 오래 두고 싶어
너무 멀리는 가지 말라고
겨울부터 가을까지
걷고 또 걸었습니다
입 밖에 내지 못한 말들이
켜켜이 쌓여갑니다
할 수 있는 건 그대를 견디는 일입니다

어느 해 바람 불고 꽃피우는 날
가만히 눈감고 불러 볼
쓸쓸한 이름
후회처럼
내게 돌아올 시간들이여
주저했던 발걸음이여
기나긴
먼지의 시간들이여

#먼지처럼 시간이 수북이 쌓인다. 나도 모르게, 잡초처럼 자라는 생각을 방치해서 생각이 생각을 낳고 생각이 나를 먹어버린다.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먼지는 무게가 생겼다. 그냥 날 것 같지 않아서 빗자루를 가져다가 툭툭 건드려본다. 꿈쩍도 하지 않는 먼지, 생각의 감옥,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청소년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그냥 저냥 생활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151
팔로워 160
팔로잉 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