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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갈 때, 답답했나요? 오승원 교수가 답해드립니다
2023/12/05
병원에 갈 때마다 노심초사합니다. 2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진료 시간 내에 질문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모니터만 바라보고 내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는 의사, 괜히 긴장돼서 머뭇거리다가 속 시원하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지도 못하고 집에 돌아옵니다. 왜 의사 앞에만 서면 긴장될까요? 몸이 아파서 왔는데 마음이 더 불편한 채 약 봉지를 들고 투덜투덜 허탈한 기분을 느낀 적이 많습니다. 오승원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진료와 더불어 비만, 영양 등 만성질환에 대한 연구를 병행해왔습니다. 2018년에 첫 에세이 『오늘도 괜찮지 않은 당신을 위한 반딧불 의원』을 펴냈는데요. 이 책에 등장하는 ‘반딧불 의원’은 매우 특이합니다. 주인공 의사가 매우 친절하거든요. 밤에만 문을 여는 가상의 의원에서 환자들은 자신의 아픔을 편하게 풀어냅니다. 오승원 교수는 진료실에서 겪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페이크 다큐’ 형식을 차용해서 가상의 공간, 인물들을 창조했습니다.
📌 힘들다는 푸념, 왕창 들었습니다
사실 책을 쓸 때, 대학병원 동료들보다는 개원의들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개원 현실을 모르는 대학병원 의사의 순진한 공상으로 보이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어요. 그래서 곧 나올 두 번째 책 『나의 하루를 진료하는 반딧불 의원』을 준비하면서는 개원한 선후배님들께 의견을 여쭙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힘들다는 푸념을 왕창 듣기도 했어요. 요즘 의료계 사정이 여러모로 팍팍하거든요. 너무 고민할 필요 없다고, 요즘처럼 가짜 정보가 많은 현실에서 환자들에게 질병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라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해주신 선배가 있어 안심이 됐습니다.
📌 환자와 의사가 소통을 잘하려면
어려운 문제입니다. 환자의 언어와 의사의 언어는 애초부터 다릅니다. '언어'란 표현을 쓴 것은 그만큼 차이가 크기 때문인데요. 환자가 하는 말을 의료진은 진단과 치료에 쓰이는 표준화된 언어로 해석해 이해하곤 합니다. 통증을 예로 들자면, 누르는 듯한, 쥐어짜는 듯한, 갑갑한, 빠개지는 듯한, 깨지는 것 같은, 찌르는 것 같은, 터질 것 같은, 타는 것 같은... 너무나 다양한 표현이 있습니다. 이처럼 수없이 다양한 환자의 언어는 마치 통역을 거치듯 의학 교과서에 나오는 용어로 해석되고 분류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적절한 진단을 할 수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이상적인 소통의 모습은 환자가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의료진은 그걸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겠지요. 아서 프랭크의 『아픈 몸을 살다』란 책에 “돌봄은 아픈 사람의 고유함을 아는 것”이란 말이 있습니다. 같은 질병과 증상이라도 환자가 겪는 어려움은, 열 명의 환자가 있다면 열 명 모두가 고유하고 다를 테니까요.
📌 타협도 필요합니다
📌 힘들다는 푸념, 왕창 들었습니다
사실 책을 쓸 때, 대학병원 동료들보다는 개원의들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개원 현실을 모르는 대학병원 의사의 순진한 공상으로 보이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어요. 그래서 곧 나올 두 번째 책 『나의 하루를 진료하는 반딧불 의원』을 준비하면서는 개원한 선후배님들께 의견을 여쭙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힘들다는 푸념을 왕창 듣기도 했어요. 요즘 의료계 사정이 여러모로 팍팍하거든요. 너무 고민할 필요 없다고, 요즘처럼 가짜 정보가 많은 현실에서 환자들에게 질병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라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해주신 선배가 있어 안심이 됐습니다.
📌 환자와 의사가 소통을 잘하려면
어려운 문제입니다. 환자의 언어와 의사의 언어는 애초부터 다릅니다. '언어'란 표현을 쓴 것은 그만큼 차이가 크기 때문인데요. 환자가 하는 말을 의료진은 진단과 치료에 쓰이는 표준화된 언어로 해석해 이해하곤 합니다. 통증을 예로 들자면, 누르는 듯한, 쥐어짜는 듯한, 갑갑한, 빠개지는 듯한, 깨지는 것 같은, 찌르는 것 같은, 터질 것 같은, 타는 것 같은... 너무나 다양한 표현이 있습니다. 이처럼 수없이 다양한 환자의 언어는 마치 통역을 거치듯 의학 교과서에 나오는 용어로 해석되고 분류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적절한 진단을 할 수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이상적인 소통의 모습은 환자가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의료진은 그걸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겠지요. 아서 프랭크의 『아픈 몸을 살다』란 책에 “돌봄은 아픈 사람의 고유함을 아는 것”이란 말이 있습니다. 같은 질병과 증상이라도 환자가 겪는 어려움은, 열 명의 환자가 있다면 열 명 모두가 고유하고 다를 테니까요.
📌 타협도 필요합니다
한국의 의료 현실에선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서로가 상대의 언어를 더 이해한다면 소통이 수월해지지 않을까요. 물론 상대방의 언어에 대한 이해의 책임은 의사에게 훨씬 더 많지만, 환자도 의사의 언어와 문법을 좀더 이해한다면 도움이 될 겁니다. 다시 통증의 예를 든다면, 부위, 발생 시기와 지속 기간, 특성, 악화와 완화 요인 등 의학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를 구체적으로 전달해줄수록 의사의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언제부터 아프셨어요?' '오래 되었어요.' '얼마나 오래요?' '글쎄요. 확실히 모르겠는데.' '몇 달요? 아님 몇 년요?' 이런 식의 문답보다, '언제부터 아프셨어요?' '6개월쯤 되었고 처음엔 참을 만했는데 한 달 전부터 더 심해졌어요.'와 같은 문답이 짧은 진료 시간에 내 이야기를 좀더 많이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일 것 같습니다.
📌 올바른 병원 이용법
📌 올바른 병원 이용법
내 건강 상태를 알고 있고 건강 문제가 생겼을 때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는 의사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성인이라면 대개 내과나 가정의학과 의사가 적당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주치의 제도가 없지만 그런 역할을 하는 의사에 대해 '주치의'보다 더 적당한 용어를 찾기가 어렵네요. 주치의는 치료자임과 동시에 조정자의 역할을 합니다. 조정자의 역할은 운전할 때 쓰는 네비게이션과 비슷할 것 같네요. 익숙한 길인 경우엔 네비게이션에서 가르치는 길이 아닌 내가 선호하는 길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르는 길을 갈 때는 네비게이션을 따르는 것이 대개는 더 이롭지요.
🧐 당뇨가 걱정되는 에디터 J의 질문
배달 음식을 매주 두 번 정도 먹어요.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도 무척 좋아하고요. 매년 건강검진을 해보면 특이점은 보이지 않지만 단 음식을 좋아하니 당뇨가 걱정됩니다. 당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습관을 바꿔야 할까요?
2020년 기준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의 6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이며, 이를 전체 인구로 환산하면 500만 명이 넘습니다. 이처럼 당뇨병은 국민 전체의 건강에 영향을 줄 만큼 흔한 질환이지만 환자 10명 중 4명은 본인이 당뇨병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정도로 관리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고혈당이 심하지 않은 당뇨병 초기엔 증상이 없습니다. 1-4번은 당뇨병의 대표적 증상이지만 이 증상들은 당뇨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혈당이 심하게 높아졌을 때 나타납니다. 당뇨병은 병은 대개 서서히 진행합니다. 당뇨병의 대표적 증상인 3다多 증상, 즉 다음(물을 많이 마시는 것), 다식(많이 먹는데 체중이 늘지 않는 것), 다뇨(소변량이 많아지는 것)는 병이 상당히 진행된 단계에서 나타나므로 초기 환자는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의 6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이며, 이를 전체 인구로 환산하면 500만 명이 넘습니다. 이처럼 당뇨병은 국민 전체의 건강에 영향을 줄 만큼 흔한 질환이지만 환자 10명 중 4명은 본인이 당뇨병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정도로 관리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않습니다.
최근엔 젊은 당뇨병 환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20, 30대에 당뇨병이 생기면 병을 오랫동안 앓게 되므로 합병증의 위험도 그만큼 커집니다. 젊은 당뇨병 환자가 늘어난 배경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식습관의 변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 유행을 거치며 음식 배달 문화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잡았는데, 배달 음식의 경우 열량이나 당분이 높고 자극적인 음식이 많아 당뇨병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환자에겐 당뇨병을 진단받는 순간이 삶의 위기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부정(denial)은 흔히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환자의 부정적 감정은 당뇨병의 원인이 게으름이나 자기관리 실패라는 편견과도 관련이 있는데, 이러한 편견은 당뇨병을 숨기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대다수 환자가 당뇨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기 꺼립니다. 하지만 당뇨병 관리를 위해선 식이요법과 운동을 비롯해 생활습관의 변화가 필수적이므로 가정과 학교, 직장에서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합니다. 자신이 당뇨병 환자이고 생활습관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주변에 알리는 것은 성공적인 당뇨병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당뇨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 에디터 J처럼 질문해주세요! 평소 갖고 있는 고민, 생각도 들려주세요.
🧐 병원 사용법, 의사와 소통하는 법, 건강 관리, 생활 질병 등 모두 좋습니다.
🧐 에디터 J처럼 질문해주세요! 평소 갖고 있는 고민, 생각도 들려주세요.
🧐 병원 사용법, 의사와 소통하는 법, 건강 관리, 생활 질병 등 모두 좋습니다.
2023년 12월 5일부터 12월 7일(목요일) 23시 59분까지,
오승원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가 직접 답해 드립니다.
매일 1명의 질문자(총 3명)를 선정해 얼룩소 포인트 5000원을 드려요. (발표 = 매일 자정)
@살구꽃 안녕하세요. 오십견이라니 많이 불편하시겠네요. 오십견의 원인은 잘 모르고, 안타깝지만 보통 증상도 오래 갑니다. 일 년 이상 가는 경우도 보통이구요. 하지만 통증은 수 개월 정도면 조금씩 나아지실 수 있어요.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는 것은 증상을 좀더 수월하게 할 수는 있지만 회복을 빠르게 하긴 어렵습니다. 그래도 약을 먹는 게 통증을 줄일 수 있으니 통증이 있는 동안엔 증상에 맞춰 꾸준히 드셔도 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살면서 제 또래(60초반)이거나 더 어린 사람들이 어깨가 아파서 팔이 안올라간다, 오십견이다.. 라는 말에 왜 그럴까 이해할수 없던 사람입니다. 그랬던 제가 지난 달에 왼쪽 어깨가 아파서 잠이 깨고 병원에 갔더니 엠알아이를 찍어보자고 해서 찍었어요. 의사샘 말로는 약간 '짜작'(두 손으로 끊어진 동작을 보였음) 됐대요. 주사 4대 맞고 약 처방 받았습니다. 오십견은 아파도 안아파도 일년 반이 걸리고 왼쪽이 아팠다 다 나으면 오른쪽으로 가기도 한다는데요, 이게 정말 일년이상 아플만큼 아파야 낫는 건가요? 약처방 받은 거는 먹다 말다 해요. 저는 약을 꾸준히 다 먹어본 적이 없어요. 습관인 것 같아요. 그래도 밤에 통증이 올까봐 저녁약은 먹어요. 정 아프면 와서 주사를 더 맞으라고 하는데 주사를 종종 맞으면 회복되는 기간이 짧아질까요? 오십견이 왜 왔는지 모르겠어요. 특별히 부딪치거나 충격 받은 일도 없었는데 시나브로 어깨쪽이 불편하더니 점점 아팠거든요. 약이 없으면 밤마다 통증에 시달릴텐데 약은 계속 먹어야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12/7일 댓글 당첨자는 @안정인 님입니다.
포인트는 12월 13일 지급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안정인 안녕하세요. 남편분과의 에피소드가 남일같지 않습니다. 저도 러닝을 하는데, 10km 대회에 나갈 때 무리하지 말라는 아내의 잔소리를 좀 들었거든요.
운동이 득이 되느냐 독이 되느냐 하는 문제는 누구에게나 같이 적용되는 답은 없습니다. 저는 어떤 운동을 해야 하냐고 물으시는 환자분들께 어떤 운동이냐보다 내가 6개월 뒤, 1년 뒤에도 계속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는데요. 어떤 건강 습관이든 루틴이 중요한데 운동도 마찬가지랍니다.
갑작스런 무리한 운동이나 컨디션이 너무 안좋을 때의 운동은 물론 해가 될 수 있는데요.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오던 분이라면 10분 정도의 러닝이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라프라스 댓글 보고 한참 웃었네요. 꼭 제 아들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제 아들이 요즘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모르겠어. 아무 생각이 안들어. 뭐 이런 말이라서요. ㅎㅎ)
아픔을 잘 느끼는 방법이 있을지는 모르겠는데요. 진료실에선 둔감한 분들보다 예민한 분들을 훨씬 많이 만나고, 그 예민함 때문에 삶이 피곤한 분들도 많이 봅니다. 저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살 수 있다면 둔감한 쪽이 낫지 않을까 합니다.
정말 치료가 필요한 급성 질환인 경우엔 둔감한 분들이라도 결국 병원에 가시게 될 거라 생각해요.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micky082 안녕하세요. 말씀대로 24시간 심전도가 표준 검사이지만, 검사 도중에 부정맥이 생기지 않으면 진단하기가 어렵지요.
요즘은 3일~7일까지 모니터링이 가능한 웨어러블 패치 형태의 부정맥 검사기기가 많이 보급되었습니다. 이 검사가 가능한 병원을 검색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부정맥이라고 다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닌데요. 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은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치료를 꼭 해야하는 병입니다. 어떤 종류의 부정맥인지 정확한 진단이 우선 중요합니다.
술이나 커피 등 심장 박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호식품을 피하는 게 중요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평소 건강 염려증이 많은 사람으로서 다정하고 친절한 의사 선생님을 만난 것 같아 기뻐요. 책도 읽어보겠습니다.
저는 남편을 보면서 40대가 참 고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도 많고 챙겨야 할 것도 많으니까요. 저랑 남편이 부딪치는 부분은 저는 과로하면 운동이 또 다른 노동이 되니 운동도 하지 말고 휴식이 먼저다 라는 입장이고요 (40대 돌연사 무섭습니다), 남편은 그렇게 피곤하고 힘들어 하면서도 하루 10분이라도 달리기를 시작해야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네요. 원래 운동을 늘 하던 사람이여서 그럴까요?
운동, 어떻게 하면 득이고 또 독인지 교수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런 질문도 드려도 될까요?
병원에 가서 "어디가 어떻게 아프시냐"는 질문을 받거나, "여기가 이렇게 이렇게 아프지 않으시냐" 질문을 받으면 대답을 잘 못하는 사람입니다. "어...;;"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잘 모르겠어요..." 대답을 많이 하게 됩니다. 물론 저도 아주 정확하고 확실하게 "어제 몇 시부터 어떤 강도로 여기가 이렇게 저기는 저렇게 아픕니다!" 대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ㅠㅠ 아프긴 아프지만 잘 설명은 못 하겠습니다. 그러면 의사 선생님들이 한숨을 푹푹 쉬시거나 많이 싫어하시더라구요. 답답하신 마음은 알겠지만 정말 모르겠어서 잘 모르겠다고 말씀을 드리는 건데... 다른 사람보다 좀 둔한 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 상태가 심한데 많이 아프지 않으셨어요?" 라는 질문을 종종 받아도 "잘 몰랐어요." 답하는 때가 많습니다. 이득이다, 하는 마음과 혹시 나중에 큰 병에 걸려서도 잘 모르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반반입니다. 아픔을 잘 느끼는(?) 방법이라도 배워야 할까요?
안녕하세요.선생님^^
글을 읽으니 너무 따뜻한 의사선생님이신거 같아 미소가 지어지네요. 저는 신랑 건강으로 인한 질문을 드리려고 합니다.
신랑이 부정맥이 있는데 24시간 심전도를 해도 하루 검사이다 보니 발견하기가 어렵던데요. 부정맥으로 인한 질병이나 위험은 무엇이 있으며 어떻게 예방과 조치를 취할수 있을까요?
12/6일 댓글 당첨자는 @제이미 님입니다.
포인트는 12월 13일 지급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살구꽃 안녕하세요. 오십견이라니 많이 불편하시겠네요. 오십견의 원인은 잘 모르고, 안타깝지만 보통 증상도 오래 갑니다. 일 년 이상 가는 경우도 보통이구요. 하지만 통증은 수 개월 정도면 조금씩 나아지실 수 있어요.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는 것은 증상을 좀더 수월하게 할 수는 있지만 회복을 빠르게 하긴 어렵습니다. 그래도 약을 먹는 게 통증을 줄일 수 있으니 통증이 있는 동안엔 증상에 맞춰 꾸준히 드셔도 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살면서 제 또래(60초반)이거나 더 어린 사람들이 어깨가 아파서 팔이 안올라간다, 오십견이다.. 라는 말에 왜 그럴까 이해할수 없던 사람입니다. 그랬던 제가 지난 달에 왼쪽 어깨가 아파서 잠이 깨고 병원에 갔더니 엠알아이를 찍어보자고 해서 찍었어요. 의사샘 말로는 약간 '짜작'(두 손으로 끊어진 동작을 보였음) 됐대요. 주사 4대 맞고 약 처방 받았습니다. 오십견은 아파도 안아파도 일년 반이 걸리고 왼쪽이 아팠다 다 나으면 오른쪽으로 가기도 한다는데요, 이게 정말 일년이상 아플만큼 아파야 낫는 건가요? 약처방 받은 거는 먹다 말다 해요. 저는 약을 꾸준히 다 먹어본 적이 없어요. 습관인 것 같아요. 그래도 밤에 통증이 올까봐 저녁약은 먹어요. 정 아프면 와서 주사를 더 맞으라고 하는데 주사를 종종 맞으면 회복되는 기간이 짧아질까요? 오십견이 왜 왔는지 모르겠어요. 특별히 부딪치거나 충격 받은 일도 없었는데 시나브로 어깨쪽이 불편하더니 점점 아팠거든요. 약이 없으면 밤마다 통증에 시달릴텐데 약은 계속 먹어야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12/7일 댓글 당첨자는 @안정인 님입니다.
포인트는 12월 13일 지급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안정인 안녕하세요. 남편분과의 에피소드가 남일같지 않습니다. 저도 러닝을 하는데, 10km 대회에 나갈 때 무리하지 말라는 아내의 잔소리를 좀 들었거든요.
운동이 득이 되느냐 독이 되느냐 하는 문제는 누구에게나 같이 적용되는 답은 없습니다. 저는 어떤 운동을 해야 하냐고 물으시는 환자분들께 어떤 운동이냐보다 내가 6개월 뒤, 1년 뒤에도 계속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는데요. 어떤 건강 습관이든 루틴이 중요한데 운동도 마찬가지랍니다.
갑작스런 무리한 운동이나 컨디션이 너무 안좋을 때의 운동은 물론 해가 될 수 있는데요.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오던 분이라면 10분 정도의 러닝이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12/6일 댓글 당첨자는 @제이미 님입니다.
포인트는 12월 13일 지급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제이미 안녕하세요. 삼킬 때 목 안쪽이 아프다면 인후나 편도의 염증을 생각해볼 수 있을텐데요. 이비인후과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염이 있다면 후비루(콧물이 목으로 넘어가는 현상)때문에 인후의 불편감이 생길 수는 있는데 심한 통증보단 무언가 걸린 듯한 불편한 느낌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씀만으론 딱 들어맞진 않아 저도 개운하진 않지만... 일단 진찰 상 인후와 편도엔 큰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신 것 같으니 처방된 약을 며칠 드시면서 지켜보시고 차도가 없으시면 다시 병원에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물 많이 드시구요.
@콩사탕나무 이런 질문을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육아 전문가는 아니라서 정답을 드리기 어렵네요.
일단 저는 동반인보다 환자와 직접 대화하고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 걸 선호합니다. 하지만 소아의 경우엔 제대로 표현을 못하는 경우도 있고 아이를 돌보는 보호자의 관점도 중요한 부분이라, 양쪽 다 들어야 할 것 같아요. 진료실이 바쁜 경우엔 증상의 개요는 부모님이 말씀해주시고 중요한 포인트만 아이가 이야기해도 좋겠습니다.
소아보다 문제는...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님이 같이 오셔서 대신 설명을 하는 상황을 가끔 겪습니다. 요즘은 대학생들도 부모님이 학교로 전화를 해서 왜 우리 아이 학점이 이거밖에 안되냐고 따지는 일들이 있다고 하지요. 의대에도 비슷한 일들이 있고, 심지어 인턴이나 레지던트 부모님이 왜 우리 아이 수련 스케줄만 이렇게 힘드냐고 따지는 웃픈 일도 있습니다.
아이가 병원에 갈 일이 줄어들면 좋겠네요. 성인이 되어서까지 따라가지만 않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muruybi 저도 그런 방법이 궁금합니다... 뾰족한 해답을 드리기 어려워 죄송하네요.
의료 시스템 전체적인 관점에선, 의료 전달 체계를 바로 세우는 게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이롭습니다. 대학병원을 다니는 환자 상당수는 꼭 그 병원이 아닌 동네의원이나 중소병원에 다녀도 되는데, 지금은 의료기관 선택에 제한이 없어서 대학병원은 몰려드는 경증 환자를 보느라 본연의 업무인 중증 난치 환자나 연구에 집중을 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환자나 의료진 모두 만족하기 어렵지요.
동네의원, 병원, 대학병원, 그리고 환자가 모두 상생하는 방향으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데 이게 참 어렵습니다.
@nymph301 요즘 소아과 진료받기 힘드시죠. 의료계에서도 고민이 많습니다.
질문하신 항생제 내성에 대해서는 곧 나올 새 책에서도 언급했는데, 그 내용 일부를 옮기는 게 답이 될 것 같습니다.
“항생제 자주 먹으면 나중엔 항생제 먹어도 효과가 없다”거나 “항생제 자주 먹으면 약발 떨어져서 나중엔 항생제 먹어도 소용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항생제를 자주 먹는다고 내 몸에 내성이 생기는 게 아닙니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은 내 몸이 아니라 세균에 생기는 거거든요. 이전에 내게 듣던 항생제가 안 듣는다면 그건 내 몸에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이전과 다른 종류의 세균에 감염된 경우일 겁니다.
내성은 견딜 내耐, 성품 성性으로 적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뜻 풀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약물의 반복 복용에 의해 약효가 저하하는 현상
2. 생명 세균 따위의 병원체가 화학 요법제나 항생 물질의 계속 사용에 대하여 나타내는 저항성
3. 생명 환경 조건의 변화에 견딜 수 있는 생물의 성질. 내열성(耐熱性), 내한성(耐寒性) 따위가 있다.
많은 이들이 이중 첫 번째와 두 번째 개념을 혼동합니다. 첫 번째는 사람의 몸이 변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세균 자체가 변하는 것입니다. 항생제 내성은 두 번째 개념, 즉 세균에 생기는 변화입니다. 영어로 첫 번째 개념에 대한 단어는 ‘tolerance’, 두 번째 개념에 대한 단어는 ‘resistance’로 전혀 다릅니다.
항생제를 반복해 쓰면 약이 내 몸에 쌓여 약효가 줄어든다는 믿음 때문에 복용을 꺼리는 경우가 있지만 이런 식으로 내 몸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부작용과 내성을 걱정해 항생제를 부적절하게 복용합니다. 충분한 기간을 복용하지 않고 조기에 중단하면 당장 병은 낫더라도 살아남은 균이 내성을 획득하고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습니다.
항생제의 남용도 문제지만, 꼭 필요한 경우에 쓴다면 항생제보다 좋은 약은 없습니다. 내성을 걱정해 행여 약을 불충분하게 쓰고 중단하면 오히려 내성균을 키울 수도 있으니 처방대로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도한 사용이나 불충분한 사용 모두 항생제에 맷집이 세진 돌연변이 세균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긴 항생제 내성 세균은 사람들 사이를 떠돌다 적당한 조건을 찾으면 감염을 시키고 병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러니 항생제를 올바르게 쓰는 것은 당장 나 자신 외에도 노약자를 비롯해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과 사회 전체를 위해서 필요한 일입니다.
@오수경 안녕하세요. 두통 중 가장 흔한 종류는 긴장성두통과 편두통인데요, 두 종류 다 뇌에 큰 문제가 생겨서 발생하는 두통은 아닙니다. 그래서 일차성두통(다른 원인이 없는 두통)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다른 종류의 두통들도 있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진료가 필요하지요. 두통이라면 고민하지 마시고 '신경과'를 가시면 됩니다. (물론 가정의학과에서도 흔한 두통에 대한 진료는 가능합니다.)
복통은 워낙 원인이 다양해서 처음부터 과를 정확히 정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처음엔 내과나 가정의학과 진료를 받으시면 되겠어요.
팔은... 어떻게 아프냐에 따라 역시 다른데요. 우선 정형외과를 생각하셔도 될 것 같네요. 해당 과의 문제가 아니라면 어느 의사든 더 적절한 과를 추천하게 됩니다.
아, 물론 이것도 저것도 모르겠고 애매하다면, 어떤 문제든 가정의학과에 가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