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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갈 때, 답답했나요? 오승원 교수가 답해드립니다

오승원
오승원 인증된 계정 · 가정의학 전문의
2023/12/05
alookso 유두호



병원에 갈 때마다 노심초사합니다. 2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진료 시간 내에 질문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모니터만 바라보고 내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는 의사, 괜히 긴장돼서 머뭇거리다가 속 시원하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지도 못하고 집에 돌아옵니다. 왜 의사 앞에만 서면 긴장될까요? 몸이 아파서 왔는데 마음이 더 불편한 채 약 봉지를 들고 투덜투덜 허탈한 기분을 느낀 적이 많습니다.

병원에서 진료받을 때, 내 경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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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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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원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진료와 더불어 비만, 영양 등 만성질환에 대한 연구를 병행해왔습니다. 2018년에 첫 에세이 『오늘도 괜찮지 않은 당신을 위한 반딧불 의원』을 펴냈는데요. 이 책에 등장하는 ‘반딧불 의원’은 매우 특이합니다. 주인공 의사가 매우 친절하거든요. 밤에만 문을 여는 가상의 의원에서 환자들은 자신의 아픔을 편하게 풀어냅니다. 오승원 교수는 진료실에서 겪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페이크 다큐’ 형식을 차용해서 가상의 공간, 인물들을 창조했습니다.

📌 힘들다는 푸념, 왕창 들었습니다

사실 책을 쓸 때, 대학병원 동료들보다는 개원의들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개원 현실을 모르는 대학병원 의사의 순진한 공상으로 보이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어요. 그래서 곧 나올 두 번째 책 『나의 하루를 진료하는 반딧불 의원』을 준비하면서는 개원한 선후배님들께 의견을 여쭙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힘들다는 푸념을 왕창 듣기도 했어요. 요즘 의료계 사정이 여러모로 팍팍하거든요. 너무 고민할 필요 없다고, 요즘처럼 가짜 정보가 많은 현실에서 환자들에게 질병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라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해주신 선배가 있어 안심이 됐습니다.

📌 환자와 의사가 소통을 잘하려면

어려운 문제입니다. 환자의 언어와 의사의 언어는 애초부터 다릅니다. '언어'란 표현을 쓴 것은 그만큼 차이가 크기 때문인데요. 환자가 하는 말을 의료진은 진단과 치료에 쓰이는 표준화된 언어로 해석해 이해하곤 합니다. 통증을 예로 들자면, 누르는 듯한, 쥐어짜는 듯한, 갑갑한, 빠개지는 듯한, 깨지는 것 같은, 찌르는 것 같은, 터질 것 같은, 타는 것 같은... 너무나 다양한 표현이 있습니다. 이처럼 수없이 다양한 환자의 언어는 마치 통역을 거치듯 의학 교과서에 나오는 용어로 해석되고 분류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적절한 진단을 할 수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이상적인 소통의 모습은 환자가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의료진은 그걸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겠지요. 아서 프랭크의 『아픈 몸을 살다』란 책에 “돌봄은 아픈 사람의 고유함을 아는 것”이란 말이 있습니다. 같은 질병과 증상이라도 환자가 겪는 어려움은, 열 명의 환자가 있다면 열 명 모두가 고유하고 다를 테니까요.

📌 타협도 필요합니다
 
한국의 의료 현실에선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서로가 상대의 언어를 더 이해한다면 소통이 수월해지지 않을까요. 물론 상대방의 언어에 대한 이해의 책임은 의사에게 훨씬 더 많지만, 환자도 의사의 언어와 문법을 좀더 이해한다면 도움이 될 겁니다. 다시 통증의 예를 든다면, 부위, 발생 시기와 지속 기간, 특성, 악화와 완화 요인 등 의학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를 구체적으로 전달해줄수록 의사의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언제부터 아프셨어요?' '오래 되었어요.' '얼마나 오래요?' '글쎄요. 확실히 모르겠는데.' '몇 달요? 아님 몇 년요?' 이런 식의 문답보다, '언제부터 아프셨어요?' '6개월쯤 되었고 처음엔 참을 만했는데 한 달 전부터 더 심해졌어요.'와 같은 문답이 짧은 진료 시간에 내 이야기를 좀더 많이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일 것 같습니다.

📌 올바른 병원 이용법
 
내 건강 상태를 알고 있고 건강 문제가 생겼을 때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는 의사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성인이라면 대개 내과나 가정의학과 의사가 적당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주치의 제도가 없지만 그런 역할을 하는 의사에 대해 '주치의'보다 더 적당한 용어를 찾기가 어렵네요. 주치의는 치료자임과 동시에 조정자의 역할을 합니다. 조정자의 역할은 운전할 때 쓰는 네비게이션과 비슷할 것 같네요. 익숙한 길인 경우엔 네비게이션에서 가르치는 길이 아닌 내가 선호하는 길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르는 길을 갈 때는 네비게이션을 따르는 것이 대개는 더 이롭지요. 

🧐 당뇨가 걱정되는 에디터 J의 질문

배달 음식을 매주 두 번 정도 먹어요.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도 무척 좋아하고요. 매년 건강검진을 해보면 특이점은 보이지 않지만 단 음식을 좋아하니 당뇨가 걱정됩니다. 당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습관을 바꿔야 할까요?

2020년 기준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의 6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이며, 이를 전체 인구로 환산하면 500만 명이 넘습니다. 이처럼 당뇨병은 국민 전체의 건강에 영향을 줄 만큼 흔한 질환이지만 환자 10명 중 4명은 본인이 당뇨병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정도로 관리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않습니다.

당뇨병 증상, 경험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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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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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고혈당이 심하지 않은 당뇨병 초기엔 증상이 없습니다. 1-4번은 당뇨병의 대표적 증상이지만 이 증상들은 당뇨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혈당이 심하게 높아졌을 때 나타납니다. 당뇨병은 병은 대개 서서히 진행합니다. 당뇨병의 대표적 증상인 3다多 증상, 즉 다음(물을 많이 마시는 것), 다식(많이 먹는데 체중이 늘지 않는 것), 다뇨(소변량이 많아지는 것)는 병이 상당히 진행된 단계에서 나타나므로 초기 환자는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엔 젊은 당뇨병 환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20, 30대에 당뇨병이 생기면 병을 오랫동안 앓게 되므로 합병증의 위험도 그만큼 커집니다. 젊은 당뇨병 환자가 늘어난 배경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식습관의 변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 유행을 거치며 음식 배달 문화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잡았는데, 배달 음식의 경우 열량이나 당분이 높고 자극적인 음식이 많아 당뇨병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환자에겐 당뇨병을 진단받는 순간이 삶의 위기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부정(denial)은 흔히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환자의 부정적 감정은 당뇨병의 원인이 게으름이나 자기관리 실패라는 편견과도 관련이 있는데, 이러한 편견은 당뇨병을 숨기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대다수 환자가 당뇨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기 꺼립니다. 하지만 당뇨병 관리를 위해선 식이요법과 운동을 비롯해 생활습관의 변화가 필수적이므로 가정과 학교, 직장에서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합니다. 자신이 당뇨병 환자이고 생활습관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주변에 알리는 것은 성공적인 당뇨병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당뇨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 에디터 J처럼 질문해주세요! 평소 갖고 있는 고민, 생각도 들려주세요.
🧐 병원 사용법, 의사와 소통하는 법, 건강 관리, 생활 질병 등 모두 좋습니다.

 
2023년 12월 5일부터 12월 7일(목요일) 23시 59분까지,
오승원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가 직접 답해 드립니다.   
매일 1명의 질문자(총 3명)를 선정해 얼룩소 포인트 5000원을 드려요. (발표 = 매일 자정)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교수. <오늘도 괜찮지 않은 당신을 위한 반딧불의원>, <나의 하루를 진료하는 반딧불의원>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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