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하지 못한 독립운동 영화... <하얼빈>이 아쉬운 이유

홍수정 영화평론가
홍수정 영화평론가 인증된 계정 · 내 맘대로 쓸거야. 영화글.
2024/12/31
※ SBS의 '스브스 프리미엄'에 기고한 글 


지금 극장가에서 사랑받는 <하얼빈>은 흥미로운 영화다. 내용에 관한 말이 아니다. 이 영화에 숨겨진 모순이 흥미롭다. <하얼빈>은 멋진 이미지를 자랑하지만, 여기에는 정작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있다. 끝내 <하얼빈>을 긍정할 수 없는 이유다.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아래부터 <하얼빈>에 관한 스포일러가 나오니, 유의해 읽어주길 바란다.
<하얼빈> 스틸컷
<하얼빈>은 장점이 많다. 일단 촬영이 뛰어나다. 초반부터 필름 누아르를 향한 지향을 선언하고 시작한다. 그리고 누아르 특유의 미장센과 조명, 연기 등을 훌륭하게 구현한다. 한국의 근대기를 누아르의 창을 거쳐 볼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서부극 형식도 마찬가지다.

또 <하얼빈>은 현빈, 이동욱, 박정민 등 젊은 스타 배우를 전격 기용한다. 이는 독립운동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고려하면 새로운 시도다. <영웅>(2022)에서 정성화가 연기한 안중근 의사 역을 현빈이 맡았다는 점도 그렇다. 그러나 안중근 의사가 고작 31살에 의거한 사실을 고려하면, 젊은 배우를 발탁한 점도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영화가 고전 장르에 너무 심취해 있다는 데 있다. 필름 누아르는 색채가 강한 장르다. <하얼빈>은 누아르를 추구하며 그것의 쾌감을 전달하는 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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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 영화잡지사에서 영화평론가로 등단. 영화, 시리즈, 유튜브. 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씁니다. INF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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