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되지 않으려다 괴물이 되어버린,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05/29
글을 쓰지 않는 날은 없다. 공개할 수 없는 글을 쓰는 날이 있을뿐. 긴 호흡으로 써야하는 글이라 공개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차마 꺼내보일 수 없는 내용이라 공개하지 못할 때가 있다. 요즘은 둘다. 맑고 따뜻한 이야기를 쓰다가도 이렇게 삶을 예찬하기에 나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들이 너무 피폐해 쓰기를 멈추게 된다. 그런 글을 지금은 쓸 수 없다.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숙명에 얽매여 찢기고 발버둥치는 이야기가 아닌가. 거짓으로 글을 쓸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아직 내 안에서 객관화가 되지 않은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쓸 수도 없다. 내가 가장 아프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아픔이 있는 법이니. 글로 징징대는 건 아무래도 내가 아니다. 그러니 공개는 포기하고, 내 저장고에만 글이 쌓인다. 분노와 미움과 허탈의 글들이.

숙명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나는 내 자신과 관련된 대부분의 것들을 내 손으로 뜯어고치며 살아왔다. 타고난 성격도, 살아야 할 곳도, 사는 방법도. 타고난 대로 사는 게 가장 쉽고 편한 길이라는 걸 안다. 나는 타고난 대로 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살면 나 역시 내가 부정하는 삶으로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었으므로. 그런 삶을 살 수는 없었다. 내 삶이었기에. 소중한 나의 삶이었기에. 과거도 미래도 믿지 않는 내게는 지금 이 자리의 내가, 내 삶이 중요했기에,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내게도 숙명적인 게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발버둥을 쳐도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의 영역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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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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