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3/04/14
엄마는 오늘 커피 두 잔을 마셨다.
낮에 집을 비우고 저녁에 와 보니 주방 한 구석에 믹스커피 껍데기가 있었다. 화장실 휴지통을 비우려고 뚜껑을 여는데 거기에도 믹스커피껍데기가 있었다.

지난번 엄마는 '커피는 안 마실래. 속이 떨리고 잠도 안 와'라고 말했다. 근데 오늘 두 잔이라니. 저녁에 밥을 준비하면서 엄마를 부르는 내 목소리가 커졌다.

"엄마, 커피 두 잔 마셨어?"
"그래, 먹었다. 왜?"
"속 떨리고 잠이 안 온다고 했잖아요."
"안 오긴, 내가 잠을 얼마나 잘 자는데."


엄마가 잠이 안 오니 괜히 상냥이 핑계를 대고 문 앞에서 구시렁거린다. 상냥이가 쌩~ 자리를 뜨고, 나도 컴 화면에 눈을 박고 있으니 굳이 안 봐도 머쓱해졌을 엄마.

"나 가서 잘게~"
"네~ 주무세요!"


나는 짐짓,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 새벽 두시가 넘었다. 지금부터 엄마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
.
.

* 느닷없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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