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ㅇ난감>을 게으르게 읽는 방법

김다움
김다움 · 게을러요
2024/02/26
논쟁적인 텍스트가 쉽게 읽히고 있다. <살인자ㅇ난감>엔 크게 두 부류의 비판이 가해진다. 하나는 마초적 젠더 감수성이고, 다른 하나는 다크히어로 장르물로서 약한 개연성이다. 전자는 옳지만 피상적이고, 후자는 사실관계부터 틀렸다. 이미 가지고 있던 자신의 관점에 텍스트를 끼워 맞추니 이런 사태가 발생한다. '페미니즘'이든 원작 팬의 색안경이든, 모두 게으른 감상이다. 

젠더 감수성은 문제고, 지적해야 한다. <살인자ㅇ난감>의 불편함은 끔찍한 소재가 아닌, 여성을 재현하는 방식에서 온다. 한두 개가 아니다. 일단 '헤픈 피해자'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장면이 눈에 띈다. 하나도 관능적이지 않은 배드씬이 너무 많고, 불법 촬영물을 재현하는 방식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피해자를 괴롭힌다. 전문적인 영역에서의 여성상도 기가 막힌다. 부모를 살해한 여성 범죄자는 초보자 남성에게 아주 쉽게 살해당하고, 무능하고 예쁜 여성 프로파일러는 인기 방송에 출연해 놓고선 화장을 고치는 데 집중하며, 여성 간호사는 '유독 나에게만 친절한 것 같은 예쁜 간호사에게 고백'한다는 환자의 말을 듣고 도망친다.

그러나 텍스트 밖에서의 인상 비평은 무식을 드러낼 뿐이다. 안으로 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중 이유정 프로파일러는 노빈의 심리를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망상 장애"로 분석한다. 여기서 시작하면 어떨까? 일단 정직하게 읽어야 한다. 노빈은 '망상장애'이기도 하지만, 망상을 현실에 완벽하게 구현한 '신'이기도 하다. 그러니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묻고, 나아가 재현의 윤리를 따진다면? <살인자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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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언론을 전공하는데, 그다지 전문적이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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