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단풍 아래서

방아
방아 · 시나 소설, 읽고 쓰기를 좋아합니다.
2024/11/01
밤단풍 아래서
♡♡♡


상추객이 뿌리고 간 한낮의 염문에
속 불꽃 배인 검푸른 잠옷 입은,
나무는 오랜 시간 자신을 불사르며
숯처럼 까만 속 드러내고

매일의 일상은 잠깐인데
돌아보는 세월은
저녁노을 삼킨 강처럼 깊고
그 푸르고 까만 강물 속에서
붉어진 입술 기억하는 오욕이 흔들리며 흐른다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푸르던 잎사귀 손 내밀던 이유를
손바닥 뒤집듯
흔들거렸던 젊은 날의 방황을
그리고
볕바라기로 섰을 때
너는 영롱한 단풍이었음을

풍파의 세월이 오롯이 녹아든
저 단풍조차 깊은 단심으로 붉은데
살아가는 일에 생각만 많은,
네 속의 색깔은 지금 무엇이냐

-------------
* 시작 노트 *

드문드문 불 켜진 조명 아래, 단풍나무 그림자가 길게 늘어서 흔들리며 지나는 사람의 그림자를 덮습니다.

가로...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매일매일의 일상을, 삶의 흔적을 시의 형식을 빌려 끄적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79
팔로워 8
팔로잉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