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배낭 삼아 떠나는 여행: 연극 <타조소년들>

차구마
차구마 · 창작집단 차구마컴퍼니입니다.
2023/12/06
죽음을 앞둔 이가 떠나는 여행엔 울림이 있다. 주어진 삶을 담담하게(혹은 화려하게) 정리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유한한 우리의 마지막을 상상하며 이입한다. 이때의 울림은 슬픔과 감동에 가까운 감정이다. 다만 죽은 이를 위하여 떠나는 여행은 다른 울림을 주는데, 이미 죽은 이에게 여행은 성립되지 않으며(적어도 이승의 기준에서), 그 여행은 다만 떠나는 이를 위한 것으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애도는 산 자를 위한 것이다. 애도의 여행은, 그러므로, 산 자를 위한 여행이다. 이러한 여행담이 오래 사랑 받는 이유는 이 이야기 또한 진한 울림을 남기기 때문일 테다.

CK 온 스테이지 프로젝트 연극, <타조소년들>을 본다.

입장하면 무대와 관객석이 유독 가까운 극장에 경쾌한 음악이 흐른다. 무대의 네 귀퉁이를 차지하고 앉은 인물들의 표정은 어두운 조명 아래서도 충분히 더 어둡다. 이것은 애도의 이야기. 애도는 막이 오르기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고, 나는 어떤 우울을 예감했으며, 공연은 정확한 시간에 시작됐다.
연극 <타조소년들> 공연 실황

바다의 청량함을 흥겹게 나누던 네 친구가 있다. 흐르는 음악에 맞춰 격의 없이 몸을 흔들고, 서로를 향해 장난스러운 주먹을 내지르는 소년들. 그 시절은 한 친구 로스의 죽음 앞에서 굳어진다. 로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즐비한 그의 장례식에서 불쾌함을 토로하던 세 친구는 로스가 생전에 농담처럼 외치던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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