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옷이 맘에 안드니?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1/08
날이 너무 차갑다. 춥다라는 표현보다 차갑다가 더 어울라는 날씨다. 바람이 불어서인가. 
아침에 정말 오랜만에 성당에 가려고 채비를 하고 나오자, 이제 막 떠올라 아직 여리기만 한 햇살이 비치는 처마 밑 마른 풀섶에 웅크리고 있던 치즈가 부시시 일어나 배웅을 한다.
추운데 집에 들어가 있지. 그래도 햇볕있는데가 나을까.
날이 이리 차가운데 더구나 바람이 부니 치즈도 춥겠다. 털이 있대도 바람이 털을 헤치고 파고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옷을 하나 입혀줘야 하나. 계속 마음이 쓰였다.
내가 이렇게 추운데도 강쥐에게 옷을 안 입히는 이유는, 예전에 키우던 진돗개에게 옷을 입히자 애가 갑자기 얼음 땡이 되어 움직이질 못했다. 뭔가가  몸에 달라붙어 자기를 옥죄인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불러도 오질 못하고 누가 붙잡고 있기라도 한듯 한 발짝도 떼질 않고 꼼짝을 못하는게 아닌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옷을 벗기자 그제서야  휴, 살았다. 싶은지 다시 꼬리를 치고 깨방정을 떨며 뛰어다녔다.
아, 역시 동물에겐 옷 같은 건 필요없는 거였어. 키우는 사람 보기 좋자고 사람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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