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청실홍실 (9)
광일이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다. 사실 고등학생이 되었다고 해서 광일에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물론 몸과 정신이야 그만큼 자랐으니 이전에 비해 자아나 판단능력,사고방식,가치관등은 그 이전에 비해 어느정도 성숙하고 자라있겠지만, 무뚝뚝한 분위기에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그런 성격 자체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나마 초등학교나 중학교때는 그런 광일에게 관심이 가는지 궁금함이 생기는지 마치 청문회 국회의원마냥 꼬치꼬치 물어오는 그런 녀석들이라도 있어 그래도 한 학년당 평균 한 3-4명 꼴로는 그나마 가까이 지내는 녀석이 그렇게 자연스레 생겼는데 고등학생이 되고서는 아무래도 다들 ‘이제 본격적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무뚝뚝한 분위기에 반 아이들하고도 잘 어울리지 못하는 광일에게 그런식으로 다가오는 아이조차 더 이상 없었다.
대신 광일은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뜻하지 않은 ‘덫’에 걸렸다. 실은 공부 안하는 날리리 몇몇이 되려 광일에게 다가온 것이다. 광일을 자신과 비슷한 날라리로 봤는지 아니면 어디 덜떨어지거나 모자란 아이로 보고 자신들이 꼬붕으로 부려먹기 좋은 그런 ‘만만한 녀석’쯤으로 봤는지 다가온 두어명. 사실 학년초라면 광일도 아직 그녀석들이 어떤 녀석들인지 눈치를 못 챘겠지만 그래도 한두달 정도 지나고 나면 대충 어떤 녀석들이 반에서 공부 안하는 날라리인지 눈에 뜨이기 마련인데 하필 그런 녀석중 몇몇이 광일에게 다가온 것이다. 뜻밖에 그녀석들이 던지는 첫 질문은 이와 같았다.
“ 최광일, 너 임마 친구 없지 ? ”
순간 반발심에라도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긴 했는데 그 부분만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인데다 어차피 학교에서 늘 보는 녀석들이기 때문에 그런 거짓 대답이 통할수도 없다. 그래서 체념하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어정쩡한 태도로 있었는데 그런 광일에게 사뭇 궁금하다는 듯 몇가지를 더 물어온 녀석들은 그러다 뜻밖의 제안을 해왔다.
“ 너 미팅한번 해볼래 ? 우리가 주선해줄게. ”
뜬금없이 웬 미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