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신과 여자 귀신┃'걸크러시'와 '피눈물', 그럼에도 남는 것

steinsein
steinsein · 종교학 공부인과 연구인을 방황하는 자
2024/05/04
최근에 『한국의 할매신을 만나다』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3953250
기획이 좋은 책이었습니다.

바야흐로 할머니 전성시대,
아니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들,
할매 여신의 시대가 왔다

라거나

여성의 본질을 일깨우는 우리의 걸크러시 할매신들!
진정한 여성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저도 한국 민속 관련 답사를 몇 차례 가 본 적이 있어서, 여기 저기 '할매신'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잊혀져 가는 그런 민속신앙이 '여성'이라는 주제와 만나서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해 줄지, 기대가 되는 책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다양한 여성 신격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에는 괜찮은 책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걸크러시'라는 정해진 목표인지, 어울리지 않는 프레임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지향점 때문에 억지가 많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과도한 의미 부여'를 걷어내고 보면, 할매신을 통해서 전통 사회의 여성의 현실과 그 반대 급부로서의 종교적 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학술적으로 비교적 잘 정리된 할매신에 대해서는 관련 신화와 전설을 잘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례는 한 책을 다 채울 정도는 되지 못했습니다. 이름 모를 할머니신, 혹은 굳이 사람들이 '할매신'을 떠올리지 않는 경우에도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해서 '할매신이지 않을까'라고 추측하여 다루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한 무리가 적지 않은 책이더군요.

학술적 관심을 가진 독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책이고, 답사 기행과 수필을 좋아하고, 민속 신앙의 현장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는 것 자체에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분들에게는 적합해 보이는 책이었습니다. 저자가 다큐 작가여서 그런지 그런 감성, 함께 이산 저산을 다니며 '여기에 이런 이야기가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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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모색하는 공부인입니다. 종교보다 종교적 인간, 종교문화, 미신 등 인간의 종교적 특성을 볼 수 있는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비종교 현상에서 종교적 특성을 읽어내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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