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야기는 나쁜 선택으로 시작된다, 영화 <어떤 영웅>
2023/03/16
일요일 낮,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영화 <어떤 영웅>을 봤다. 이란의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2021년 영화다. 이 감독의 이름을 널리 알려준 작품은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나는 그의 영화 중에선 <세일즈맨>과 <누구나 아는 비밀>을 봤다. 영화는 한순간 대중의 영웅이 됐다가 추락하는 한 남자의 파국을 따라간다. 보다가 괴롭고 답답해서 이마에 땀까지 맺혔다. 주인공 '라힘'은 빚을 갚지 못해 고소를 당하고 감옥에 갇힌 재소자다. 살짝 굽어있는 어깨, 천진난만한 미소에서 비굴함과 안쓰러움이 풍겨 나온다. 영화는 감옥에서 얻은 며칠간 휴가를 틈타 매형을 만나러 가는 라힘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매형은 이란의 성지를 발굴하는 것으로 보이는 공사 현장의 높은 곳에 있다. 카메라는 계단을 오르는 라힘을 한참 비춘다. 그런데 막 올라온 라힘에게 매형이 말한다. “이제 내려가자.” 라힘이 올라가려는 곳이 얼마나 가닿기 힘든지, 정상에 머물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