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찾아서...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5/31
한 여자를 만났다. 
고향이 나랑 같은 대구라고 했다. 아마 말투 때문에 내가 먼저 물어봤던 것 같다. 그녀는 늘 활달했고 수업시간에도 맨 앞에 앉아 선생님의 질문에 단골로 대답하고 반응하는 교실 내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대구에서 이 멀리까지 어떻게 와서 이런 '문해강사양성 수업'을 받는 것일까. 나도 같은 입장이면서 그게 궁금해서 물어봤던 것 같기도 하고 같이 밥을 먹으며 대화를 이어가느라 의례적으로 말을 건넸던 것 같기도 하다.
대구에서 이 멀리까지 우째 오게 됐어요?  가볍게 던진 내 질문에 그녀는 담담하게 그러나 소설같은 얘기를 소설책 읽어주듯, 마치 남 얘기하듯 그렇게 들려주었다.

결혼하고부터 내리 삼십 년을 시집살이를 했어요. 맵디 매운 시집살이를 하며 최선을 다했고 참고 또 참았지요. 그러다 어느날 나도 모르게 동대구역으로 달려갔습니다. 맨몸으로요. 그리고 창구에 대고 소리쳤죠.  
"여기서 제일 먼 곳으로 가는 기차표 주세요!"
그게 강릉이었어요.

예나 지금이나 대구에서 젤 멀리가는 기차는 강릉행인가 보다. 나도 강릉 살 때 대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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