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옆의 나, 내 옆의 당신

영롱할 영
영롱할 영 · 책 곁에 살다 거제로 오게 된 사람.
2024/04/19
pixabay
굳이 이곳까지 남편과 함께 살겠다는 이유 하나로 하고 있던 일들을 멈추고 온 것은, 신혼 때에 같이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와 나의 모습들을 발견하려 함이었다. 살던 대로 살면 더 많은 기회가 있었고, 많은 친구들이 있어 심심치 않게 살 수 있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가 부부로서 앞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 맞출 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돌이 막 지났을 무렵, 나의 아빠는 홀로 유학길을 떠나셨다. 아빠도 아내와 어린 딸을 두고 가는 심정이 힘들었겠지만, 아빠가 곁에 없는 채로 나를 길러야 했던 엄마를 돌이켜 보면 매일을 '잘 살아야한다'는 다짐을 해내듯 살고 있던 것 같다. 아빠의 존재는 알고 있지만, 당시에는 영상통화 같은 매체도 없었으므로 한 번씩 하는 통화로나마 아빠의 존재를 확인해야 했고, 어떤 때에는 '엄마, 나 아빠 없지?'하고 묻기도 했던 게 생각난다. 딸이 아빠의 존재를 의심한다는 것,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엄마는 얼마나 사무쳤을까. 이제 갓 서른이 된 엄마가 남편과 떨어져 의지할 수...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시집 <언제나 스탠바이> 2014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 등단
12
팔로워 12
팔로잉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