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나비가 되어 이 땅에 왔다 가기를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내 삶을 나답게 살고 싶은
2024/04/16
 종일 내렸던 비가 밤 동안은 멈춘 듯했다. 새벽녘 눈을 떠 창밖을 바라보니 부슬부슬 안개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온 탓인지 십 년 전의 그날이 떠오른 탓인지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백일이 지나지 않은 갓난아기를 안고 병원으로 향하던 택시 안에서 들었던 믿을 수 없었던 소식. 열이 펄펄 끓는 내 아이 걱정에 모두 무사히 구조되어 한낱 헤프닝처럼 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저물어가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아직도 가슴 한 구석엔 미안함이 흉터처럼 남아있다.

 부모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나는 십 년을 금이야 옥이야 내 아이들을 키워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이들을 바라보는 기쁨, 그 가슴 벅찬 행복이 삶의 얼마나 커다란 이유인지 부모가 되고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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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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