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필
2023/05/21
‘담낭절제술’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그 전에 초음파 검사 결과 담석이 나온 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전문의에게 물어봤었는데 말을 얼버무리면서 주치의 선생님께서 자세히 말씀해 주실 거라고 할 때부터 분위기가 좀 싸늘하긴 했었다. 그런데 주치의도 내게 친절하게 상황을 설명해 주지는 않았다. 그냥 별 일 아니라는 듯 당연하게 담낭을 제거해야 하니 외과로 트랜스퍼 하겠다며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는 말로 내게 통보할 뿐이었다. 

그 이후로 내게 새로운 고통이 시작됐다. 배에 칼을 댄다는 두려움, 장기를 하나 떼어 낸다는 더 큰 두려움, 그때 2월 어느 새벽에 복통으로 토했을 때 왜 곧바로 119를 부르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 추가되는 수술비와 늘어나는 입원비 걱정, ... 전신마취 수술을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그에 대한 두려움도 컸지만 무엇보다 왜 진작 내 몸을 돌보지 않아 이 지경까지 왔을까 하는 자책감이 가장 컸다. 나중에 알아보니 나처럼 복통으로 입원했다가 췌장염 판정을 받고 담낭절제술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반나절 정도를 그렇게 공포심과 걱정과 자괴감, 자책감으로 보냈다. 그리고는 개인적으로 알고 있던 의사들에게 따로 이 상황을 물어보기로 했다. 내과전문의 한 분은 담낭절제술이 워낙 간단하고 흔하게 맹장수술처럼 시행하는 거라서 그렇게 판단한 프로토콜도 명확할 것이고 별다른 위험도 없을 것이라 설명해 주었다. 그 말을 듣고 자책감은 줄어들지 않았지만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은 많이 떨쳐낼 수 있었다. 

또 다른 의사는 고등학교 때 친구로 가정의학과 전문의였다. 뜻밖에도 이 친구는 섣불리 몸에 칼을 대지 말고 이왕이면 장기를 떼지 않는 선택을 하라고 충고했다. 나는 다시 혼란에 빠졌다. 한의사도 아니고 양의사가, 그것도 오랜 친구가 말리는 상황이니 안 그래도 장기를 떼어 내는 것 자체에 두려움과 거부감이 들었던 나는 그 친구 말에 점점 믿음이 가기 시작했다. 다른 한 편으로, 냉정하게 생각해 봤을 때 지금 내 몸의 상태를 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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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물리학자입니다(jongphil7@gmail.com). 유튜브 채널 “이종필의 과학TV”(https://c11.kr/1baom)도 운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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