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초의 카레

토마토튀김
2024/09/12
이번 주는 카레를 한솥 해 놓은 바람에 매일 카레 파티다. 카레밥, 카레밥, 카레밥.... 또 카레밥...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카레를 꼽지 않는다. 그런데도 가끔은 해 먹는 음식이다. 왠지 짜장밥 보다는 더 건강할 것 같고, 냉장고를 부탁하기에도 최고의 음식이기 때문이다. 
임신했을 때 지독한 입덧 욕지기에도 말을 듣는 것은 오로지 카레 밖에 없었다. '오뚜기 카레 매운맛' 이거 하나면 조금 나의 속사정이 편안해지는 듯했다. 고기도 필요 없고, 다른 감자, 당근 다 필요 없다. 가루만 물에 풀어서 펄펄 끓이면  충분했다. 

내가 카레를 처음 먹었던 것은 다섯 살 때로 기억한다. 우리 어렸을 때에는 동네에서 "누구야~ 노올~자~!" 하고 대문 밖으로 친구를 불러내고 바로 골목 골목에 자리 잡고 앉아서 소꿉을 차리든지, 다른 애들이 뭉쳐서 놀고 있으면 스윽~ 거기에 끼면 됐다. 혹은 혼자 외로이 놀고 있는 아이가 있으면 "우리 같이 놀자." 하고 요청하고 함께 노는 식이었다. 그렇게 어떤 꼬마를 동네에서 만났고, 그 꼬마는 나랑 놀다가 집으로 간다고 했다.

- 엄마가 카레 먹으러 오래.
- 카레?

또 한 번, 지겹게 얘기하지만 우리 엄마는 음식 솜씨 없고 밥과 반찬, 국, 찌개만 만들어주셨다. 카레, 짜장, 떡볶이, 햄버거와는 거리가 먼 분... 그래서 딸인 나도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카레가 뭔지 몰랐던 것이다. 아마도 카레를 먹으러 간다던 그 꼬마는 세 살 정도 되었던 모양이다. 
나랑 같이 집으로 가자고 하더니 집에 가서는 기저귀 바람으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예쁜' 엄마가 밥상 위에 카레를 두 그릇 올려 가져다 주셨다. 

그날을 잊지 못한다. 온 집안에 풍기는 카레향, 단독 주택 널따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볕, 부엌 쪽은 어두컴컴해서 더더욱 그 대비 때문인가? 밥상을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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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으며 글을 씁니다. 에세이집 <시나리오 쓰고 있네>, <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만두>, <어쩌다 태어났는데 엄마가 황서미>를 발간했습니다.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를 씁니다. 몰두하고 있습니다. 일 년 중 크리스마스를 제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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