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내 인생의 모토는 미뤄 미뤄 하기였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든 일단 미루고 본다. 나의 삶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벼락치기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어렴풋이나마 기억이 나는 건 내가 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는 것이다. 미루는 아이였다는 건 분명하다. 그저 미루는 습관이 장착된 결정적인 이유를 알지 못함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유를 알고 말고 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어쨌든 나의 삶에서 미룸은 꽤 오랜 기간 나를 지배해 왔고, 지금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마치 절대 떼어낼 수 없는 그림자처럼 미루는 습관은 늘 나를 쫓아다녔다.   따지고 보면 미루는 삶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미루는 삶을 계속 유지해 온 배경에는 그렇게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큰 실패 없이 살아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떤 걸 하든 최고의 아웃풋을 내지 못했지만, 그럭저럭 중간 정도는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것이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