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건의 일기, 조선 가정사를 담다. (2) : 이문건의 '금쪽같은 내 새끼'

박영서
박영서 인증된 계정 · 울고 웃는 조선사 유니버스
2023/04/17
이문건의 육아일기, 『양아록(養兒錄)』 (연합뉴스)
조선 사대부의 지상과제는 ‘과거 합격’이었습니다. 과거 합격만이 그들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었으며, 과거 합격만이 자신과 가족의 윤택한 삶을 허락했으니까요. 특히, 이문건처럼 억울하게 귀양살이하는 사대부는 더욱 후손들의 과거 합격에 목을 맸죠. 자신은 틀렸으니, 아들이라도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그래서 중년을 넘어 노년으로 향해가던 이문건은 대를 이을 자손의 건강한 삶과 자녀 교육을 남은 인생의 과제로 삼아서 전력을 다하는데요.
   
그런 이문건이 손꼽아 기다리던 소식이 들렸습니다. 목이 빠지게 기다리던, 대를 이을 손자의 출생이었지요.
   
1551년 1월 5일 - 『묵재일기(默齋日記)』 · 『양아록(養兒錄)』
   
며느리가 아침부터 배가 아프고 점점 산통이 심해지더니, 오전 8시경 드디어 사내아이를 낳았다. 나이든 아내와 여종 돌금이가 아이 낳는 것을 도와줬다. 마음씨가 착한 돌금이는 나의 맏손녀 숙희를 정성스레 잘 돌봐주어서, 손자의 보모도 맡겼다. 갓 태어난 손자를 보니 너무나 기쁘다. 자라나는 모습을 빼놓지 않고 챙겨 볼 것이다. 쓸쓸하던 귀양살이 중 기쁜 일이 생겨, 늙은 할애비는 스스로 술을 따라 마시며 축하해 본다.
   
지방의 유지이자 명예로운 사대부로서 나름대로 괜찮은 사대부의 삶을 살았던 이문건이지만, 자식 농사에는 좀처럼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습니다. 이문건-김돈이 부부는 6명의 아이를 낳았는데요. 그중 아들 한 명과 딸 한 명만이 살아남았습니다. 그마저도 딸은 스무 살 무렵 사망하고, 하나뿐인 아들 이온(李熅, 1518~1557) 또한 잦은 병치레에 시달렸죠. 그런 온이 어렵게 얻은 아들, 숙길(淑吉, 본명 이수봉)이 태어납니다. 이때부터 이문건의 모든 삶은 숙길을 향한 ‘올인’이었지요. 이문건은 숙길을 키우면서 겪었던 모든 에피소드를 적어내는 육아일기, 『양아록(養兒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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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를 유영하는 역사교양서 작가, 박영서입니다.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을 썼으며, 딴지일보에서 2016년부터 역사, 문화재, 불교, 축구 관련 기사를 써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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