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의 펜타앓이] 82년생 조휴일, 82년생 장기하.

진지
진지 인증된 계정 · 음악평론가
2023/08/18
검정치마 '조휴일'(좌) 그리고 '장기하'(우). (c) 비스포크,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그때는 알 수 없었지요. 2008년 우리나라 인디 씬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쩌면 그냥 시대를 타고 흘러가는 음악이 되진 않을까?’라고도 생각해 봤지만, 우린 그저 2000년대 말을 살던 중이었어요. 장기하가 <싸구려 커피>를 마시고, 조휴일이 <좋아해줘>를 외치던 2009년의 여름밤. 88만 원 세대의 자조와 갑자기 튀어나온 당돌한 사랑의 낭만이 깊게 긁고 간 자리. 만약에 그때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할 수 있다면 난 당장 그들의 공연을 싼값에 한 번이라도 더 보겠어요.

검정치마의 ‘TEEN TROUBLES (2022) 앨범 1번 트랙, <Flying Bobs> 내레이션 부분을 각색했다. 올해 펜타포트에서 마음에 남은 두 공연은, 장기하와 검정치마의 공연이었다. 각각 첫째 날과 이튿날에 진행됐다. 장기하의 공연은 한 마디로 ’단순한 놀이 끝에 찾아오는 선명한 문장들’로 감상평을 남겨봤고, 검정치마는 ’조휴일이라는 아티스트가 지닌 노스탤지어 감성의 파급력’이라고 정리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2008년에 데뷔했다. 같은 시기에 데뷔했지만, 현격히 다른 두 행보를 보여준 아티스트들에 대해 자꾸만 생각해 보게 됐다.

장기하의 공연을 보러 가는 나의 발걸음은 두 가지 기분을 띠었다. 하나는 ‘반갑겠다.’, 또 하나는 ‘재밌겠다.’였다. 내가 아는 사람이 내가 아는 노래를 부르는 공연이 누구에게나 최고의 공연일 테다. 장기하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펜타포트 공연장 내에서는 드물었을 것이다. 그는 상당한 인지도가 있다. 과거 ‘무한도전’부터 시작해 각종 예능과 매체를 통해 대중과 늘 가까이 있었던 그다. 게다가 쉽고 단순한 가사와 대중성 있는 노래들로 인해 관객들이 알만한 노래 또한 많았다. 이번 펜타포트 공연에서 <우리 지금 만나>, <풍문으로 들었소> 떼창은 대단했다. 이 두 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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