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연애 - 진짜 행복인가요?
2024/03/30
나의 직업은 사람들의 인생을 듣는 일이다. 힘든 순간에 있는 사람들이 찾아오기에, 그리고 지금이 아니더라도 과거의 힘든 순간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이별 이야기는 그야말로 단골 메뉴다. 만남의 순간부터 이별을 걱정하는 사람, 지난 번 상담 때 새로 시작된 연애에 축하를 건넸는데 그 사이 헤어졌다며 멋쩍게 웃는 사람, 우는 사람, 얼마 후면 또 다시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는 사람, 그에 반해 이별의 슬픔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오래 가는 사람 등등, 이별을 대하는 심리는 다양하다. 그 중 진료실에서 묘하게도 자주 만나는 한 가지 심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J씨는 우연히 알게 된 연인의 비밀에 큰 상처를 받아 처음으로 정신과에 찾아오게 되었다.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컸는지 2주째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었고, 입맛이 하나도 없어 체중이 5kg 이상 줄어들었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도 못 꺼내고 한참 울던 J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알고 보니 원래 만나던 다른 연인이 있더라고요. 어떻게 2년 넘게 그 사실을 몰랐는지… 제가 어리석었죠.”
안타깝게도 꽤 자주 듣는 스토리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들의 반응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나는 부디 걱정하는 쪽이 아니길 바라며 물었다.
“그럼 그 사람과는 지금 어떻게 되셨나요?”
“아직 만나고 있어요. 친구들도 다 당장 헤어지라고 하는데, 그게 맞는 걸까요? 그 사람이 날 속이긴 했지만, 어쨌든 사랑했던 것은 사실이니까요… 지금도 사랑한다고 하고… 그 사람도 이런 연애를 이어 온 것이 많이 힘들었겠다 생각도 들고요…”
조금 전 양다리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보다 더 큰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이어서 내 머릿속에는 추후 치료과정에서 겪게 될 험난함이 자연스...
유튜브&팟캐스트 채널 '뇌부자들'을 운영하고 있으며, '어쩌다 정신과 의사' 책의 저자입니다. 북팟캐스트 '서담서담'의 멤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