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핑계거리 찾지 않기를...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9/16
3년만인가? 아니면 4년 전?  이 고장으로 내려오고 얼마 안돼서 문해교육 강사를 모집하고 교육하는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일주일에 이틀 하루 6시간.  한 달 총 8일 동안 진행하는 수업이었다. 그 수업을 모두 수료하고 나면 문해교육 강사 자격증이 주어지고 각 마을로 파견이 되어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어르신들께 한글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때 수업에 참가하며 나는 남모르게 계속 갈등을 겪었었다. 현장에서 수업을 이끌어 가시는 강사님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으며 나는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내 엄마나 시어머니께는 참으로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내가 생면부지 어르신들께 저토록 살갑게 다가갈 수 있을까. 그리고 또 하나는, 중국에서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처럼 나의 온 마음을 다 쏟으며 몰두했던 그 열정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까.
수업이 거듭될수록 갈등은 깊어지고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그래서 결국 나는 적당한 핑계거리를 만들어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속이 시원했다. 그리고 더이상 문해강사에 대한 미련 같은 건 없이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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