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과 피해자와 살인의 동기를 밝히는 선전 포고로 시작되는... 루스 랜들, 《활자잔혹극》
“이월 십사일 성 발렌타인 데이. 조지 커버데일, 재클린 커버데일, 멜린다 커버데일, 자일즈 몬트, 이상 네 명의 일가족은 불과 십오 분 사이에 모두 사망했다. 유니스 파치먼과 조앤 스미스라는 평범한 이름을 가진 여성이 일요일 저녁, 오페라를 보고 있던 커버데일 가족을 총으로 쏴 죽였다. 이 주 후 유니스는 이 범행으로 체포되었다. 글을 읽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p.9)
추리는 소설의 서두에서 끝이 나지만 또 시작되기도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이미 알고 있다는 면에서는 끝이랄 수 있지만 도대체 범인의 문맹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살인에 이르게 된다는 것인지에 대한 추리는 이제 막 시작이다. 지금까지 활자에 중독된 자 혹은 난독증인 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나 소설은 드물지 않게 접한 적이 있는 듯하지만 그 자리에 문맹자가 들어서니 익숙하지 않다.
“... 문맹자의 생각은 그림과 아주 간단한 단어 몇 개로 기록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