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진 말고 소풍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3/10/18
전철역 근처에 관광버스 한 대가 서 있다. 빠른 걸음으로 앞만 보고 걷는데 어디서 낯익은 뒷모습이 보인다. 구청장이다. 버스 문 앞에서 두 손이 공손(?)하다. ‘제복’을 입은 노인들의 모자와 가슴에는 뱃지가 주렁주렁 달렸다. 내년 총선이 있으니 어르신들 소풍갈 때가 됐나보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다. 나는 총총 걸어 전철역에 다다랐다. 


평일 아침 8시, 출근시간에 나서보기는 오랜만이다. 전철 안엔 사람들로 빽빽하다. 앉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폰을 보거나 눈을 감고 있다. 전철이 달릴 때 까만 차창엔 사람들 표정이 어지간히 다 보인다. 내 옆에 여성은 양 손에 손잡이를 잡고 눈을 감았다. 아예 작정하고 잠을 자는 것 같다. 정부청사, 시청을 지나자 사람들이 빠지고 느슨해졌다. 
   
   
검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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