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형성과 소설의 예술성 - 한국 근대소설의 기원(4)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07/07
권보드래, 『한국 근대소설의 기원』

‘내면’의 형성과 소설의 예술성 - 권보드래의 『한국 근대소설의 기원』
   
소설이 〈예술〉로서 자리 잡은 과정까지를 논하기 위해서는 1910년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권의 상실 이후, 1910년대는 1900년대의 인식을 한편으로는 해체하고 한편으로는 더욱 날카롭게 함으로써 새로운 전환을 준비하였다. 근대 ‘문학’과 ‘소설’의 한국적 형성이 대략 윤곽을 갖춘 것도 바로 이 시기에 이르러서였다.

전대(前代)에서나 1900년대에나 허탄무거(虛誕無據)라는 소설의 특징이 터무니없는 거짓이라는 뜻으로 조명되었다면, 1910년대에 〈허구〉는 표피적인 사실 이면을 드러내는 장치라는 의미로 새롭게 주목되기 시작하였다. 1900년대 신소설이 허구임을 부정하고 사실의 기록임을 주장함으로써 ‘소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피하고자 했다면, 1910년대의 소설은 도리어 허구라는 사실을 강조하여 ‘소설’의 고유한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던 것이다.

1910년대에 이처럼 새로운 시도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사실과 허구에 대한 엄격한 분리가 이때 비로소 생겨났기 때문이다. 1910년대는 공적으로 알릴만한 가치가 있는 정보를 채택(採擇)하고 그 사실성을 조회하여 객관적으로 알린다는〈사실〉의 제도가 처음 등장한 때였다. 이 제도의 밑거름이 된 것은 물론 새로운 변모를 보이고 있었던 신문이다. 

1900년대의 신문이 정치와 교육적 계몽에 편향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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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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