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폭염, 불평등

라이뷰

도시, 폭염, 불평등

[인터랙티브] 아파트보다 2도 더운 빌라...'녹지 형평성'을 생각하다

윤신영
윤신영 인증된 계정 · alookso 에디터
2022/10/26

녹지가 풍부한 서울 성동구 마을버스 성동01 정류장. alookso 간이 녹시율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인한 녹시율은 56%로 매우 높았다. 하지만 모든 정류장의 녹시율이 이렇게 높은 것은 아니었다. 윤신영 alookso 에디터

언뜻 자연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는 대상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도시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얼룩커와 alookso 에디터가 함께 한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alookso는 지난 7~8월 얼룩커와 함께 진행한 마을버스 녹시율(시야에서 녹지가 차지하는 비율) 시민 조사 프로젝트 '얼룩樹(수)'의 첫 분석 결과를 26일 공개했습니다. 서울 시내의 녹시율을 행정구역과 주거 유형을 중심으로 확인한 연구나 '구글스트리트뷰' 영상을 이용해 전체적으로 확인하고 형평성을 분석한 연구는 기존에도 소수 있었지만, 시민의 도보 생활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마을버스 정류장을 중심으로 녹시율과 지표 온도의 형평성을 확인한 연구는 없었습니다.

분석 결과 시민의 도보 생활권과 밀접한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주변 환경 조건에 따라 녹시율과 지표 온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사회경제적 지표를 대변하는 주거 유형에 따라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확인해, 환경 형평성 측면에서 녹지를 정책적으로 바라볼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얼룩樹는 alookso가 배포한 간단한 간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얼룩커가 휴대전화로 찍은 마을버스 정류장 사진 속 녹지 비율을 보고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7~8월에 걸쳐 얼룩커와 담당 에디터가 총 160개 서울 시내 마을버스 정류장 녹시율 데이터를 얻었습니다. 이는 2022년 서울시가 공개한 서울 시내 전체 마을버스 정류장 7345개 가운데 2.2%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에디터의 현장 방문과 얼룩커 보고 사진, 거리뷰 영상을 통해 주변 환경을 확인해 주변에 위치한 인공 시설물 등 환경을 조사했습니다. 이후 녹시율과 주변 환경 정보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조사한 5개 환경 요인 모두 녹시율과 관련

분석 결과 서울 시내 마을버스 정류장의 녹지 현황은 주변 환경에 따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음을 확인했습니다.

alookso는 다양한 환경 요인 가운데 편의상 아파트와 교육시설, 상업시설, 단독주택 및 다가구·다세대주택, 공원 등 5개 항목을 조사 대상으로 정해 분석했습니다. 이 가운데 5개 환경 모두가 이들이 존재하는 정류장과 존재하지 않는 정류장 사이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평균 차이를 보였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결과는 주거 유형에 따른 편차였습니다. 아파트 주변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의 녹시율은 28.3%로, 아파트가 주변에 없는 정류장의 19.3%보다 9%p 높았습니다(아래 왼쪽 그래프). 공원(11%p) 다음으로 차이가 큰 수치입니다. 공원은 녹지가 풍부한 도심의 대표적 시설물로, 공원이 있는 정류장은 없는 정류장에 비해 녹시율이 월등히 높으리라는 점은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가 있는 곳이 그에 준한 수준으로 녹시율이 높았습니다.

반면 다른 주거 유형인 단독주택과 다가구·다세대주택은  반대 결과를 보였습니다. 주택 및 다가구가 주변에 위치한 정류장은 그렇지 않은 정류장에 비해 녹시율 평균이  5.7%p 낮았으며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상업시설이 위치한 곳의 정류장도 그렇지 않은 곳보다 9.9%p 낮았습니다. 둘 다 실제 조사에서도 골목이 좁고 가로수가 부족했던 곳으로 파악됐는데, 실제 녹시율 평균에도 차이가 컸습니다.
서울 마을버스 정류장 가운데 주변에 아파트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의 녹시율을 비교한 그래프(왼쪽)와 주택 다가구, 다세대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의 녹시율을 비교한 그래프(오른쪽)다. 초록색이 각각의 환경이 존재하는 정류장이다. 평균값이 아파트가 훨씬 크다. 윤신영 alookso 에디터
 

초록 부족한 곳, 땅도 뜨거웠다

다음으로 인공위성 영상을 이용한 지표 온도 데이터를 추가로 확보해 분석했습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8월, '전국 여름철 지표온도지도'를 국토환경성평가지도 자료제공서비스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미국의 영상 관측 위성 랜드샛 8호가 2016~2020년 촬영한 한반도 영상을 바탕으로 각 지점 별 여름 지표 최고 온도를 데이터화한 자료입니다. 5년간 여름철에 촬영한 자료 가운데 지점별 최고 온도를 모았지만, 위성 영상이 촬영한 날은 한정적이기에, 이 수치가 그 지점의 역대 최고 온도라는 뜻은 아닙니다.

서울 지역 지표 온도 데이터를 받은 뒤 이 가운데 조사 대상 160개 마을버스 정류장 지점 부근 약 20~30m 지점(위경도로 0.0003도 동서남북 지점을 잇는 내 지점) 지표 온도를 추출해 평균을 구했습니다. 그 뒤 마찬가지로 5개 환경 별로 평균차를 구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녹시율과 정반대 패턴을 보였고, 5개 중 4개 요인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가장 차이가 큰 곳은 아파트 주변 정류장으로, 주변에 아파트가 없는 지역에 비해 지표 최고 온도 평균은 1.5℃ 낮았습니다. 이는 공원의 1.3℃보다 큰 차이였습니다. 반대로 상업시설이 있는 정류장은 없는 곳보다 1.4℃ 높았고, 주택 및 다가구가 위치한 정류장은 1.1℃ 높았습니다. 교육시설만 평균차에 통계적 의미가 없었습니다.

환경부가 8월 공개한 위성 지표온도 데이터 지도를 바탕으로 이번 조사 지점의 지표 온도를 분석했다. 지도의 온도는 파란색-녹색-노란색 순으로 온도가 높다. 원으로 표시한 마을버스 정류장은 주변 환경 조건에 따라 지표 온도가 달랐다. 데이터 출처: 환경부, 제작 윤신영 alookso 에디터

정류장 이름에 '아파트'만 들어가도...

분석 결과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은 아파트와 주택 및 다가구·다세대의 차이였습니다. 아파트는 주택 및 다가구·다세대에 비해 녹시율은 9.7%p 높았고(아파트 28.3%, 주택 및 다가구·다세대 18%) 지표 온도는 1.9℃ 낮았습니다(아파트 31.3℃, 주택 및 다가구·다세대 33.2℃).

아파트에 주목한 이유는 아파트가 각종 사회경제적 지표와 뗄 수 없는, 한국에서 특별한 주거 유형이기 때문입니다. 기존 도시, 사회학 연구 결과들을 보면 도시에서 녹지는 학력이나 소득 등 사회경제적 지표가 높은 지역에서 더 접근성이 높고 풍부하며, 그렇지 못한 곳에서는 접근성이 낮고 부족한 경향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이는 국내 연구 결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주거 유형에서도 사회경제적 차이가 분명하며 대체로 노후한 저층 주거지역의 사회경제적 지표가 다른 주거 유형에 비해 높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을 분석한 2019년 연구에 따르면, 단독 및 다가구, 다세대 밀집지역과 취약계층 밀집지역의 상관관계는 높으며, 이 관계는 최근으로 올수록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소득 또는 자산도 아파트에서 높게 나타납니다. 국토교통부 부동산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상 2022년 9월 실거래가 평균도 아파트(2억 6600만 원)가 주택 및 다가구·다세대(1억 6400만 원)보다 1억 원 가량 높습니다. 1m2 당 평균도 아파트는 389만 원, 단독 및 다세대가 309만 원으로 80만 원 차이가 납니다(9월 거래된 단독 주택 가운데에는 매매가가 100억 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이 여럿 포함돼 있었음에도 그렇습니다).
7월 서울 용산구의 한 마을버스 정류장 풍경이다. 단독주택과 다가구가 밀집한 좁은 도로 한 쪽에 마을버스 정류장임을 알리는 작은 표지판이 붙어 있다. 이 정류장의 녹시율은 6%였다. 윤신영 alookso 에디터


이런 상황에서 녹지 비율도 아파트가 높고, 지표 온도는 반대로 낮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기존 국내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와도 일관성을 가지며(아파트 지표 온도가 저층 주거에 비해 5~7도 낮음), 서울 3개 구를 대상으로 지표 온도차를 연구하고 이를 형평성과 관련 지어 분석한 연구 결과와도 일치하는 내용입니다(아파트 지표 온도가 저층 주거에 비해 1.5~2도 낮음). 녹지라는 환경 서비스가 도시에서 형평성에 맞게 제공되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 같은 사실을 마을버스 정류장에서도 추가로 확인해 봤습니다. 이미 160개 정류장으로 확인했지만, 서울 전역의 정류장에 비하면 2.2%로 너무 적습니다. 이에 전체 정류장을 확인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정류장 이름에 아파트를 나타내는 단서가 들어가 있습니다. 얼룩커가 조사한 160개 정류장에서 근처에 아파트가 있는 것으로 조사된 곳은 64곳인데, 38곳(59%)은 정류장 이름에 아파트 관련 단어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아파트', 'APT', '단지' 등의 단어는 물론, '헬리**티' 등 단지명, 그리고 직접적으로 '래*안', '롯**슬' 등 주요 아파트 브랜드명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반대로 정류장에 아파트 관련 단어가 있지만 가까이에 아파트가 없던 경우는 1건에 불과했습니다.
서울 시내 7345개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아파트 관련 단어나 브랜드를 포함한 정류장(녹색)의 지표 온도 분포를 그렇지 않은 정류장과 비교한 그래프다. 점선은 두 그룹의 평균으로 막대와 점선 모두 오른쪽에 치우칠수록 온도가 높다는 뜻이다. 두 그룹은 분포도 차이가 났지만, 평균 지표 온도도 0.8도 차이가 났다. 얼룩소 조사의 평균차(1.9도)보다는 크게 낮았지만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차이였다. 정류장 가운데 실제로는 아파트 근처에 있지만 중복 등의 이유로 이름이 빠진 정류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신영 alookso 에디터

이에 착안해 정류장 명에 아파트 관련 단어가 붙으면 아파트가 근처에 있을 것이라고 보고, 아파트 관련 단어(위 언급어 및 한국기업평판연구소 선정 아파트 브랜드 순위 상위 24개 브랜드)를 바탕으로 아파트 부근 정류장을 추정하고, 지표 최고 온도를 구해 나머지 정류장과 비교해 봤습니다.

분석 결과, 아파트 부근(녹색) 지표 최고 온도가 살구색(아파트가 주변에 없는 정류장)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았으며, 평균 지표 온도는 약 0.8℃ 낮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위 그래프). 이는 통계적으로도 의미 있는 차이였습니다.

이 방법은 아파트가 주변에 있는 실제 정류장 모두를 포함하지는 못해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의 일부에 해당할 이름에 아파트가 있는 정류장만 모아 분석한 결과만으로도 차이는 분명했습니다.

아파트 밀집 지역의 지표 온도가 더 낮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추정이 있습니다. 건물 사이 간격이 넓고 건물 주위 조경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등이 꼽힙니다. 기존 연구에서도 건폐율이 높은 저층 주거에 비해 건폐율이 낮은 고층 주거 지역의 지표면 온도가 낮았습니다.
얼룩樹(수) 프로젝트로 조사한 버스 정류장 중 서울시내 버스 정류장을 표시한 인터랙티브 지도다. 아래 페이지를 통해 직접 확인해보고 녹시율과 지표 온도 분석 결과를 볼 수 있다. 윤신영 alookso 에디터

도심 녹지의 건강성을 생각하며

아파트와 저층 주거 사이의 녹시율 및 지표 온도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단지 물리적 주거 환경의 문제는 아닙니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저층 주거단지와 비교해 사회경제적 특성이 뚜렷이 높은 곳입니다. 자동차를 이용한 이동보다는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마을버스 정류장은 이들을 위한 가장 중요하고 일상적인 도보 생활권 이동 경로입니다. 이런 곳 주변이 녹시율은 높고 폭염 노출 가능성은 낮다는 사실은 환경형평성 측면에서 개선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또한, 아파트가 많은 지역의 도심 녹시율이 높다는 사실은 녹지라는 환경 서비스를 공공이 아닌 민간이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는 환경형평성 개선을 위해 공공이 아직 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녹지 확충은 도시가 기후변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적응 정책 중 하나라는 점에서도 공공 영역에서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최근 연구에서도 중국 연구팀은 미국 사례를 통해 저소득층의 거주지역은 녹지 비율이 낮아 환경 형평성 문제가 존재하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취약계층 거주지역의 녹지 비율을 높이는 일이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공공이 정책적으로 녹지 서비스 제공을 기획할 때, 사회경제적 지표가 높지 않은 지역에 우선순위를 두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으며 여기에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대표되는 도보권의 녹시율과 지표 온도가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터랙티브 페이지(https://sciencesay.shinyapps.io/green_space_of_busstop_seoul/)의 일부다. 주거 유형에 따라 녹시율과 지표 온도 분포가 어떻게 다른지 확인했다. 주택 및 다가구, 다세대가 녹시율은 낮고 평균온도는 높은 쪽에 밀집해 있다. 윤신영 alookso 에디터

얼룩樹는 계속됩니다

이번 조사는 여러모로 한계가 많습니다. 먼저 고려한 주변 환경 요인이 임의로 정한 5개에 불과합니다. 자체적으로 만든 간이 녹시율 확인 애플리케이션 알고리즘의 한계로 보도 등 인공물 일부가 녹지로 오인되는 등 녹지 비율이 조금 다르게 측정된 적도 있습니다(다만 결과를 왜곡할 정도의 극히 일부 오류 데이터는 제거하고 분석했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평균 차이의 통계적 의미를 얻을 순 있었지만, 조사 정류장 수가 전체를 반영하기엔 아직 적었던 점도 향후 보완해야 합니다. 정류장 이름을 이용한 추정 결과(0.8도)가 얼룩커 조사 결과(1.9도)보다 차이가 작았던 데에서 알 수 있듯, 전체 아파트 부근 정류장을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추가 현장 조사를 통해 꾸준히 데이터를 확보해야 합니다. 서울 외 지역 데이터가 확보해 다양한 지역을 살펴볼 필요도 있습니다.

기사에서는 환경 변수 별 녹시율 및 지표 온도 평균 차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현상만 확인한 점도 한계입니다. 보다 복합적인 분석은 이번에는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녹시율과 지표 온도간 상관관계는 대략 음의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분석됐지만 설명하는 모형과 실제 데이터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통계값(결정계수)이 낮아 이번 기사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데이터가 모인 뒤에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또 이번에는 주거 유형이라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형평성을 살폈습니다. 역시 실제 지역 별 사회경제적 지표와의 관계도 향후 확인해야 합니다.


여러 한계가 있지만, 얼룩커와 alookso가 함께 그간 존재하지 않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분석해 기후와 사회, 도시에 관한 함의를 얻을 수 있는 결과를 일부 얻었습니다. alookso는 여러분이 살고 있는 곳의 환경이 여전히 궁금합니다. 아래에 답글 또는 댓글로 여러분이 보고 걷는 거리의 녹지와 온도에 대해 짧은 생각을 나눠 주세요.

내년 여름 찾아올 얼룩樹에서는 더 쉽고 즐겁게 참여할 방법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미국과 한국에서 기자상을 수상한 과학전문기자입니다. 과학잡지·일간지의 과학담당과 편집장을 거쳤습니다.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인류의 기원(공저)' 등을 썼고 '스마트 브레비티' '화석맨' '왜 맛있을까' '사소한 것들의 과학' '빌트' 등을 번역했습니다.
326
팔로워 1K
팔로잉 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