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폭염,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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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폭염, 불평등

불평등의 색, 그린 [도시, 폭염, 불평등]

[에디터 노트]
도시에서 미관을 위한 선택지 정도로 여겨지던 녹지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본다. 특히 보행 과정에서 마주치는 가까운 동네에서 얼마나 많은 녹지를 만날 수 있을까. 언뜻 거리의 녹지 비율은 비슷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지역마다 편차가 매우 크다. 이 편차는 그 지역의 소득과 부동산 가격, 사회경제적 소외계층의 비율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단히 불편한 진실이지만, 녹지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 이런 사실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도록 간단한 을 만들어 생활권 녹지의 비율을 확인해 봤다. 이 앱은 얼룩커들도 직접 이용해볼 수 있다. 또 서울 시내 전체 가로수를 지도화하고 마을버스 정류장을 표시해 생활권 내 가로수 실태도 확인해 볼 수 있게 했다. 녹지 확충을 위해 공공이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많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가 있는 곳부터 시작했지만, 전국으로 확대돼도 좋을 것이다. 


alookso 유두호
두 마을버스01 이야기

이달 22일 오전 9시 18분, 서울 구로구 개봉동 개봉역 앞. 작은 광장 주변으로 네 대의 마을버스가 줄을 지어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중 가장 왼쪽에서는 한 명의 시민이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은 구에서 운영하는 마을버스 구로01번의 시점이다. 서울 시내에 7345개 존재하는 마을버스 정류장 중 하나다. 구로01번은 이곳부터 양천구 신정동 학마을2단지 아파트까지 약 2.9km를 오간다.

버스는 7분 간격으로 바삐 드나들었다. 버스를 타지 않고 노선을 따라 걸었다. 구름이 조금 낀 오전이었지만 온도는 이미 26도를 넘었다. 길은 왕복 4차선 도로였다 2차선이 됐다 일방통행으로 변했다. 정류장을 만날 때마다 뒤를 돌아 도로 사진을 찍었다. 번듯한 버스 정류장이 있는 간선도로의 정류장과 달리 표지판 하나가 서 있거나, 작은 알림 표지 하나가 전봇대에 붙어 있는 게 다인 경우가 많았다. 쏟아지는 햇빛을 피할 공간은 많지 않았다. 심은 지 몇 년 안 된 듯한 가느다란 왕벚나무가 약 5m 간격으로 길 양쪽에 심어져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녹지가 드물었다. 가끔 울창한 아름드리 나무를 만났지만, 대부분 근처 아파트 단지나 오래된 연립주택의 마당, 치안센터 정원에서 드리운 나무였다.
두 시간 뒤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구가 운영하는 마을버스 서초01번의 시점이다. 이곳부터 반포동 경원중학교까지 2.6km를 왕복한다. 시점에서부터 말매미 소리가 진동했다. 키 큰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 느티나무가 즐비했다. 바로 옆 아파트단지의 정원도 도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역시 마을버스 노선을 따라 걸으며 정류장마다 사진을 찍었다. 기온은 조금 더 올라 27도였지만, 그늘이 많아 체감하는 더위는 덜했다. 실제로 alookso가 서울시에서 수집해 지도화한 가로수·버스정류장 대시보드에 따르면, 이곳은 버스정류장 위로 수관폭(나무 지상부의 너비)이 큰 느티나무와 은행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곳이다. 
📌’마을버스 정류장에 그늘이 있을까?’ 서울 가로수 정보 대시보드 보기

우연이 아니다. 두 마을버스의 노선을 각각 따라가며 찍은 사진을 모아 비교했다. 모두 정류장에서 버스가 올 방향을 향해 휴대전화를 들고 기본 배율로 찍었다. 카메라 높이는 자연스럽게 어른 눈 높이로 맞췄다.
차이가 느껴진다. 하지만 기분보다는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아래는 위 사진들의 색상 정보를 분석해 녹지 영역을 추출한 이미지들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녹지나 나무를 추출하는 첨단 알고리즘도 여럿 개발돼 있지만, 이번 기사에서는 간단한 색상 비교 알고리즘으로 앱을 만들어 사진에서 녹지를 판별하는 방법을 썼다. 사진 속 색상 정보를 기본 색상 별로 따로 읽은 뒤 녹색(G)이 빨간색(R) 및 파란색(B)보다 일정 값 이상 높은 영역만 따로 그렸다. 시야 속 녹지 영역을 대략 추정하는 데엔 무리가 없다(얼룩커들도 위 링크로 들어가 직접 해볼 수있다).
alookso가 간이 녹시율 측정 앱(https://sciencesay.shinyapps.io/greenery/)을 만들어 확인한 녹지면적이다. 위가 구로01 정류장에서찍은 이미지고 아래가 서초01 정류장에서 찍은 이미지다. 출처: 윤신영 alookso 에디터
📌우리 동네 사진으로 생활녹지 비율 확인해 보기

이 방법을 통해 두 마을버스 노선의 정류장에서 측정한 녹지 비율 평균은 각각 13%와 27%였다. 특정 마을버스 노선 부근에 녹지가 적어 보인 것이 기분 탓만은 아니었다. 


불평등의 색, 그린

마을버스는 보행자와 가장 밀접한 대중교통수단이다. 거주지와 밀착한 곳에 노선이 있고 정류장 간격도 촘촘하다. 보행자가 동네를 걸으며 체감하는 생활권 녹지 면적을 추정할 때 좋은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확인하면 마을버스 노선에서 만날 수 있는 녹지에 편차가 크다.

실제로 도시의 녹지 비율은 균일하지 않다. 지역에 따라 분포에 차이가 난다. 분포 양상은 도시 내 사회경제적 지표의 분포와도 관련이 있다. 요약하면, 도시민에게 녹지는 결코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자원이 아닌 불평등한 자원이다. 해외와 국내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사실이다.

미국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지난해 7월, 미국 로스엔젤레스를 대상으로 녹지의 형평성을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기사는 로스앤젤레스의 지역 별 녹지 수준을 4등급으로 나눠 사회경제 지표를 기록해 비교했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은 2019년 가구당 연 소득이 15만 달러(약 1억 7700만 원)에 육박하는 지역으로, 이곳은 백인 인구 비율이 50%보다 높았으며 주로 도심이 아닌 외곽 지역에 위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은 넓고 간격도 넓었으며 녹지가 풍부했다. 위성 영상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이 지역 내에서 녹지 비율은 37%였고 도로 등 포장이 된 지역의 비율은 40%로 낮았다.

이런 수치는 사회경제적 지표가 바뀐 지역에서 점차 바뀌었다. 소득이 줄어들고 유색인종 비율이 높아졌다. 녹지 비율은 줄었다. 지표가 가장 낮은 지역은 가구당 연 소득이 5만 달러(약 5900만 원)가 채 안 됐는데, 유색인종 비율은 80% 수준으로 가장 높았고 거주지가 주로 도심 지역에 몰려 있었다. 이 지역은 녹지가 거의 없었고(0%) 포장된 지표 비율은 67%로 가장 높았다. 로스앤젤레스의 폭염을 거리에서 무방비 상태로 견뎌야 하는 셈이다. 기사에 따르면, 폭염이 심한 여름철 로스앤젤레스에서, 녹지가 가장 많은 지역과 없는 지역 사이의 지표면 온도 차는 무려 4.4도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를 시도해볼 수 있지만, 상황이 좀 다르다. 한국은 산지가 많고 대도시도 대부분 높은 산을 품고 있다. 산의 넓은 녹지 때문에 결과가 크게 왜곡된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비슷한 연구를 시도해봤지만, 관악산을 품은 관악구의 녹지 면적이 과도하게 나오는 등 미국과 상황이 달라 더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구 별 면적당 공공녹지 면적을 비교했다. 자료: 서울시, 제작: 윤신영 alookso 에디터

대신 다른 방향으로 녹지의 불평등성을 밝힌 선구적인 연구가 있다. 고영주 전북대 조경학과 연구원과 영남대, 한반도생태연구소팀이 2019년 ‘한국조경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이다. 고 연구원팀은 서울 중구와 성동구, 동대문구의 46개 행정동의 녹지를 미국의 관측 위성 센티넬-2A의 영상을 이용해 파악하고 지표 온도와 가로수 숲 지붕 면적을 측정했다. 이후 기초생활수급자 비율과 어린이 비율, 독거노인수, 등록 장애인수 등 사회경제적 지표와 함께 분석했다.

연구 결과 사회경제적 지표와 녹지 면적 사이의 통계적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독거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소외계층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은 녹지 분포가 적은 반면 지표 온도는 높았다. 연구팀은 “녹지 분포의 행정동별, 주거유형별로 환경불평등성을 확인했다”며 “소외 지역에 녹지의 양적 확충이 필요하며 녹지 환경에서의 사회적 배제 극복을 위한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로운 기술로 도심 녹지의 형평성을 분석한 지난해 논문 역시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수기 한양대 교수와 기동환, 김선재 연구원팀은 구글 스트리트뷰 이미지와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서울시 전체 지역의 도로별 녹지를 추출하고 그 결과를 역시 사회경제적 지표들과 관련지어 분석했다.

구로01번 노선 중 한 정류장 부근에서 찍은 파노라마 사진이다. 녹지와 가로수를 거의 발견할 수 없다. 윤신영 alookso 에디터
연구팀은 서울 시내 주요 도로를 50m 간격으로 촬영한 구글 스트리트뷰 파노라마 이미지 21만 건을 확보한 뒤 단기간 내에 가장 많은 사진이 촬영된 2018년 봄 이미지 약 14만 장을 이용해 거리의 녹시율을 측정했다. 녹시율은 보행자가 거리에서 보는 시야 속 녹지 비율로, 위성 영상을 이용해 녹지 여부를 추정하는 지표인 정규식생지수(NDVI) 등 기존의 거시적 지표에 비해 시민, 특히 보행자의 눈높이에서 생활권 녹지를 평가하기에 유리하다. 주로 카메라로 촬영한 뒤 녹색 영역 비율을 확인해 추정한다. 앞서 에디터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마을버스 정류장의 녹지를 추출한 것이 바로 녹시율 측정법을 간략화해 응용한 방법이다.

이 교수팀은 행정동 별로 약 330장의 구글 스트리트뷰 파노라마 이미지를 분석해 녹지 비율을 분석하고, 이를 행정동별 아파트 가격과 다세대 및 연립주택 비율, 기초생활수급자 및 독거노인 비율 등의 사회경제적 지표와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산지가 있어 절대 녹지량이 많은 관악산 주변이나 광진구 등에서 거리의 녹시율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강남구와 서초구, 잠실과 청담, 압구정 등 고소득층이 거주하는 지역의 거리 녹시율이 높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마을버스 서초01 정류장 속 사진에 녹지가 많이 보인 데엔 이유가 있었다. 연구팀은 “소득이 높은 계층이 거주하는 근린에 가로녹시율이 높게 나타날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봤다.

이런 경향은 다른 사회경제 지표도도 확인됐다. 기초생활수급자 비율과 다세대 비율이 높은 곳에서는 녹시율이 낮았다. 위성으로 확인한 영상 속 녹지 분포는 거리 녹시율과 정반대 경향을 보여 오히려 사회경제적 소외계층의 거주지에서 더 높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NDVI는 서울 외곽의 대규모 산지 등을 중심으로 높게 나타났는데, 이 분포 패턴은 도시 외곽지역에 거주하는 사회경제적 소외계층의 분포와 유사했다.


도시 녹지, 민간에게 크게 빚지고 있진 않을까

alookso가 만든 서울시 가로수 및 마을버스 정류장 지도로 alookso 사무실이 위치한 성동구 일대를 보면 특이한 모습이 보인다. 꽤 울창한 나무가 있는 거리인데 지도에는 가로수가 거의 표시돼 있지 않다. 조사원의 실수로 누락된 게 아니다. 비밀은 주변 아파트의 정원이다. 오래된 아파트라 내부에 정원이 넓고 매우 울창한 나무가 자라고 있어 담장 너머 거리 위까지 그늘을 드리운 것이다. 그 결과 마치 길 양쪽에 많은 가로수가 심어져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서울 성동구의 한 거리. 가로수가 빽빽해 보이지만(오른쪽), 가로수를 지도화한 왼쪽 대시보드 한가운데 길에는 가로수 표시(보라색)가 없다. 보이는 나무는 가로수가 아닌 인근 아파트 단지의 정원수다. 윤신영 alookso 에디터
실제로 서울 도심 생활권 녹지의 상당 부분은 이렇게 아파트나 건물의 주변에 조성된 녹지인 것으로 추정된다. 가로수 및 마을버스 지도에 활용한 데이터는 서울시가 공개한 2012년 가로수 정보 데이터다. 종로구를 제외하고, 약 25만 6000그루의 가로수 위치 정보를 이용했다. 이는 서울시의 다른 자료에서 밝힌 당시 서울시 전체 가로수 수(28만 그루)의 91%다(서울시에 따르면 가로수 수는 2020년 30만 그루로 소폭 늘었다).

30만 그루를 기준으로 해도, 2020년 서울 인구가 960만 명이므로 시민 한 명당 가로수 수는 0.03그루에 불과하다. 가로수가 드리우는 그늘도 적다. 25만 6000그루 가로수 데이터에는 위치 정보 외에 수종과 높이, 굵기, 그리고 위에서 봤을 때 나무가 차지하는 면적을 짐작할 수 있는 수관폭 정보가 담겨 있다. 2012년 데이터 기준으로 수관폭이 가장 컸던 나무는 8m였고(오류로 추정되는 극단치 제외), 가장 작은 나무는 1m였다. 이들이 드리운 그늘의 넓이를 계산해 보면 약 360만 ㎡(3.6㎢)가 나온다. 나뭇가지가 겹치지 않았다고 가정한 결과다. 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약 9%의 가로수까지 추가로 감안하면 약 가로수는 약 4㎢(서울시 면적의 0.7%)의 공간에 그늘을 제공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로수가 이렇게 적은데도 도시에서 초록을 볼 수 있는 이유는 높은 아파트 비율과 관련이 있다. 고영주 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일부 답이 담겨 있다. 연구팀은 아파트와 단독, 다세대 등 주거 형태와 녹지 분포, 지표 온도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아파트는 단독 및 다가구주택 밀집지역에 비해 녹지를 나타내는 정규식생지표가 2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구로01번 노선을 따라갈 때 눈에 띄는 대형 녹지는 주변 아파트의 정원 녹지였던 사실과 일치하는 결과다.

문제는 이런 녹지 분포 차이가 폭염에 대한 적응 능력 차이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고 연구원팀의 논문에서 아파트 지역의 지표 온도는 평균 27.3도로 단독 또는 다가구 주택의 29.3도에 비해 무려 2도나 낮았다. 연구팀은 혹시 지역차에 따른 온도차이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2016년 재개발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재개발 전 후 온도도 비교했는데, 아파트 단지가 되기 전에는 주변 단독 또는 다가구 주택과 지표 온도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아파트 단지가 된 이후 온도차가 생겼음을 확인했다. 똑같은 지역이 단지 고층아파트 단지가 됐다는 이유로 폭염 가능성까지 변한 것이다. 건물 사이 공간이 넓어지고 나무가 많이 심어지면서 환경이 극적으로 변한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연구팀은 “소득 분위 하위 2분위 이하에서 다가구용 단독주택 비율이 가장 높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고려할 때 주거자의 경제적 차이에 따라 환경적 차이가 크게 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도시민에게 시원한 경험을 주는 울창한 숲이지만, 가로수가 아니다. 서울 성동구의 오래된 아파트의 정원수가 터널을 이뤘다. 윤신영 alookso 에디터

폭염은 중대한 재난…공공 영역에서 더욱 강한 녹지 정책 펴야

녹지는 단순히 아름다움이나 여유를 위한 공간이 아니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사망위험을 줄이기 위한 필수적 적응 정책의 핵심 공간이다. 지난해 10월, 스페인 바르셀로나국제보건연구소(ISGlobal) 도시계획, 환경 및 건강 이니셔티브 연구팀은 유럽 31개국 1000여 개 도시를 대상으로 녹지 접근성과 사망률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매년 유럽에서만 최대 4만 3000명이 순전히 녹지를 자주 접하지 못해 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역 전체 사망자의 2.3% 수준이다.

WHO는 ‘모든 가정이 300m 이내 거리에 최소 0.5헥타르 크기의 녹지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연구팀은 위성으로 확보한 녹지 공간 정보와 사망률을 바탕으로 WHO의 기준에서 어긋나는 지역이 얼마나 되는지를 추정하고,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추가 사망자를 발생시키는지를 추정했다.

여기에서도 도시 및 지역 별 차이가 나타났다. 녹지 부족 때문에 발생하는 사망자가 많게는 전체 사망자의 5.5%에 이르는 도시도 있었다. 연구팀은 “건물에 식물을 심는 수직정원을 조성하거나 지붕에 녹지를 만들고, 녹지축을 정비하며 소규모 공원을 만드는 등 주거지와 가까운 녹지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한국의 도시를 대상으로도 이 같은 연구가 이뤄져 있다. 이에 대해서는 연구자가 직접 기고한 alookso의 다른 기고를 통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녹지는 행복과 정신건강에도 중요하다. 기초과학연구원과 포스텍이 세계 60개국 90개 도시의 녹지 공간과 시민 행복도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지난해 논문에 따르면, 경제적 상황과 무관하게 모든 도시에서 녹지 면적과 시민 행복도가 양의 상관관계를 보임을 확인했다. 특히 국민총소득이 3만 8000달러가 넘는 도시에서는 녹지 확보가 경제성장보다 행복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 연구책임자인 정우성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는 “경제가 일정수준 발전한 뒤에는 다른 사회적 요인이 행복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도심 녹지가 그런 사회적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alookso 유두호
[시리즈 - 도시, 폭염, 불평등] 모아보기

1. 불평등의 색, 그린 (윤신영, alookso 에디터)
2. 폭염과 건강, 그리고 한국의 폭염 취약계층 (이환희, 이화여대 의대 교수·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3. 과학자들도 경고한 ‘열 스트레스 불평등’ (이종림, 과학칼럼니스트)


미국과 한국에서 기자상을 수상한 과학전문기자입니다. 과학잡지·일간지의 과학담당과 편집장을 거쳤습니다.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인류의 기원(공저)' 등을 썼고 '스마트 브레비티' '화석맨' '왜 맛있을까' '사소한 것들의 과학' '빌트' 등을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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