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폭염,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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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폭염, 불평등

당신의 '초록'을 보여주세요 - 마을버스 정류장 녹지 확인 프로젝트 ‘얼룩樹’ [도시, 폭염, 불평등]

[에디터 노트]
주거지와 보행자 동선과 가까운 랜드마크는 무엇일까요. 구석구석 시민의 발이 되는 마을버스 아닐까요.
alookso가 마을버스 노선과 정류장 사진을 모아 동네의 생활권 녹지 현황을 파악하는 ‘얼룩樹’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생활권 녹지 분포의 지역별 차이를 알아보고 대안을 마련할 근거 데이터를 모읍니다. 함께해요!


alookso 유두호
두 마을버스 1번 이야기’를 관심 있게 읽으셨나요. 녹지의 분포 역시 지역에 따라 차이가 심하고 그 차이는 지역의 사회경제적 지표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거주지 및 도보 생활권과 가장 가까운 녹지의 현황은 어떨까요. 생활권 녹지를 확인할 가장 가까운 지표로 마을버스 노선을 선정하고 이곳의 녹지 비율을 직접 확인해 보는 시민 프로젝트에 함께 해 보세요. 기사에서 에디터가 했던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동네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찍은 사진으로 녹시율 데이터를 확인하고 공유하는 프로젝트 ‘얼룩樹’입니다.


다양한 녹지 평가 방법..'주민 눈높이' 맞춘 지표 필요해

도심의 녹지 비율을 평가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도시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전통적으로 위성 영상을 이용한 원격탐사 기술을 많이 활용합니다. 위성에서 도시를 촬영한 이미지를 얻은 뒤, 광학 분석을 통해 식물의 특성을 보이는 영역의 면적을 추출하는 식이죠. 가장 널리 쓰이는 지표는 정규화차이식생지수(NDVI)입니다. 보통 식물은 가시광선을 대부분 흡수하고 그보다 파장이 조금 긴 근적외선은 반사합니다(근적외선은 사람은 볼 수 없습니다). 이 현상을 이용해 위성 영상에 찍힌 파장을 분석해 그 지역이 녹지인지 판정합니다. 최근에는 구글이 아예 전 세계 토지를 촬영한 위성 영상을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분석한 뒤 그곳이 녹지인지 건물인지 판별해 내는 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누구나 들어가면 세계 각지의 녹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녹지 비율은 공간을 큰 틀에서 사고하는 도시계획가에게는 중요한 정보가 될지 몰라도 뙤약볕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던 시민에게는 의미가 없습니다. 마을버스 고객에게는 그림자 한 조각을 드리워 줄 가로수 한 그루나 건물 옆을 장식한 화단의 존재가 훨씬 더 중요하지만, NDVI에는 그런 정보는 잡히지 않지요.


가까운 녹지가 소중하다

그래서 최근 도시 분야에서는 다른 지표를 개발해 사용합니다. 도심 내 녹지와의 거리를 통해 접근성을 평가하는 방법이 대표적입니다. 주로 도심에 조성된 공원이나 건물 주변에 조성된 녹지 등을 중심으로 평가합니다.

또 다른 방법이 바로 녹시율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사람들이 어떤 장소에서 풍경을 봤을 때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시야 속 녹지 비율을 측정합니다. 거리를 걷는 시민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가까운 녹지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서울의 경우 국립공원과 산지가 많아 통계 수치상 녹지 비율이 다른 세계 대도시에 비해 높은 편인데, 작정하고 찾아가지 않는 이상 큰 의미가 없습니다. 녹시율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만든 간단한 간이 녹시율 확인 앱의 모습입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올리면 녹지 비율을 추출해 보여줍니다. 직접 해보실 수 있어요. (https://sciencesay.shinyapps.io/greenery/) 윤신영 alookso 에디터

📌우리동네 사진으로 생활녹지 녹시율 확인해 보기

전 세계적으로 녹시율을 측정하는 표준화된 방법이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녹시율 측정 방법을 제안하는 논문이 대학원 학위 논문이나 학회지에 종종 발표될 만큼 논의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때문에 녹시율을 다루는 도시들은 전문가들이 제안한 기준에 따라 녹시율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들 역시 녹시율을 통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 주요 간선도로와 지선도로를 일정한 간격으로 촬영한 구글 스트리트뷰 이미지 14만여 건을 수집해 녹시율을 비교한 한양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대표적입니다(이에 대해서는 시리즈의 또다른 기사에 언급돼 있습니다). 구글은 구글스트리트뷰 이미지를 통해 녹지 비율뿐만 아니라 녹지를 구성하는 식물의 종류까지 판별하는 AI 기반 서비스까지 올해 출시했습니다.

녹시율은 생활권 녹지를 보완해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서울시가 녹시율을 간헐적으로 측정하고 있지만, 조사원의 촬영에 의존하고 있고 업데이트 주기가 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결과도 구 별 평균만 제공하고 있어 실제 생활권에서의 녹시율을 짐작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른 지방자체단체에서는 아직 녹시율 측정이 널리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alookso에서는 얼룩커와 함께 생활권 녹지 비율을 상대적으로 측정하는 간이 녹시율 측정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동네 사진을 통해 녹지 영역 이미지도 직접 만들어 보고, 이를 공유해 상대적인 녹시율을 비교해 보는 프로젝트입니다. 이를 통해 생활권 녹지 분포의 불평등성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게 목표입니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의 생활권 녹지 실태에 관심을 갖고 그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를 가져볼 수 있을 것입니다.


간이 녹시율 확인 앱(sciencesay.shinyapps.io/greenery) 구동 결과 화면. 이 두 이미지를 공유해 주세요!

alookso 유두호
[시리즈 - 도시, 폭염, 불평등] 모아보기

1. 불평등의 색, 그린 (윤신영, alookso 에디터)
2. 폭염과 건강, 그리고 한국의 폭염 취약계층 (이환희, 이화여대 의대 교수·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3. 과학자들도 경고한 ‘열 스트레스 불평등’ (이종림, 과학칼럼니스트)
미국과 한국에서 기자상을 수상한 과학전문기자입니다. 과학잡지·일간지의 과학담당과 편집장을 거쳤습니다.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인류의 기원(공저)' 등을 썼고 '스마트 브레비티' '화석맨' '왜 맛있을까' '사소한 것들의 과학' '빌트' 등을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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