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미를 위해 금융투자소득세를 설계했다

최운열 서강대 명예교수. 출처: 연합뉴스




증권거래세 폐지가 진짜 본질

(최운열 서강대 명예교수 /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우리나라 자본시장 과세 제도에서 가장 큰 문제는 증권거래세다. 이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상관없이 거래 자체에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조세 원칙이 무시되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세가 도입된 건 1978년 12월이다. 당시에는 컴퓨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모든 사람의 투자 소득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조세행정 편의상 거래 자체에 세금을 부과하게 된 것이다. 그때만 해도 여유 있는 사람이 주식에 투자한다는 통념이 강해 큰 저항 없이 제도가 도입될 수 있었다.

심지어 1994년에는 증권거래세에 농어촌특별세(이하 농특세)까지 포함시켰다.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로 농민 피해가 우려되니 그들을 구제하겠다는 명분이었다. 왜 주식 투자자가 농특세를 부담해야 하느냐는 목소리는 묵살됐고 여유 있는 사람이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그게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런 논리적 모순 때문에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수시로 있었다. 그러나 양도소득세를 도입하면 증시가 폭락한다는 막연한 우려가 커 실제 증권거래세 폐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자본시장 과세 제도의 또 다른 문제는 상품별로 과세한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주식 투자에서 4000만 원을 손해 보고 펀드 투자에서 2000만 원을 이익 본 경우를 가정해보자. 통산하면 2000만 원을 손해 본 상황임에도 펀드 투자 차익 2000만 원에 대한 세금뿐 아니라 증권거래세까지 납부해야 한다는 모순이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2019년 전후로 여야를 막론하고 활발히 논의해서 합리적인 과세 체계를 마련했다. 그때도 정부는 세수 결손을 우려해 도입을 반대했으나, 당시 집권 여당 대표가 ‘손실에 과세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의견을 표명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여야 합의 아래 도입된 금융투자소득세 체계는 자본시장 과세 체계가 갖고 있는 불합리한 점을 보완한 대단히 선진화된 제도이다. 실질적으로 투자자를 보호하는 성격도 있다. 증권거래세를 점진적으로 폐지할 뿐 아니라 과세의 기준을 상품에서 사람으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주식에서 4000만 원 손실, 채권에서 2000만 원 이익, 펀드에서 2000만 원을 이익을 본 상황을 가정하겠다. 현행 제도에서는 4000만 원 손실을 본 주식에도 거래세를 납부하고, 펀드 이익 2000만 원에도 세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금융투자소득세 체계에서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심지어 합산해서 손실을 입은 경우에는 손실이월공제도 적용해준다. 몇 년에 걸쳐 이익과 손실을 통산해서 과세하기에 장기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요즘 정치권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논의가 일고 있다. 선진적인 제도임에도 오해가 많고, 논리적 근거도 없이 개인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폐지를 거론한다. 한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학교에서 자본시장관련 강의 33년, 자본시장연구원장으로서 정책연구수행 국회에서 정무위원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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